원 · 달러 환율이 하락을 지속하면서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통화안정증권 발행 잔액은 169조6246억원으로 지난해 말 163조5384억원보다 6조862억원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안증권(2년 만기) 평균 금리도 지난해 연 3.66%에서 올해 연 3.81%로 올랐다. 한은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풀린 원화를 흡수하기 위해 통안증권을 발행한다.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 매수 개입이 늘어 시중에 원화가 많이 풀리게 되고 이를 흡수하기 위한 통안증권 발행도 증가한다.

통안증권 발행이 증가하면 한은이 금융회사 등 통안증권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도 불어난다. 한은은 지난해 6조97억원의 통안증권 이자를 지급했다. 올 들어 발행잔액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이 4771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이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손실만 내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지난 6월 말 현재 3044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외국 국채와 주식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한은은 지난해 외국 국채 등 유가증권 이자로 11조774억원을 벌었고 외화 예치금 이자로 1272억원을 받았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지난해 3조51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며 "조달금리(국내 금리)가 운용금리(미국 국채 등의 금리)보다 낮지만 주식 회사채 등으로 자산 운용이 다변화됐고 채권을 만기 전에 매매해 차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클레이즈 국제 채권지수(BCGA)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가 외환보유액 운용의 벤치마크"라며 "정확한 수익률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벤치마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시장 개입 폭이 커지면서 한은의 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한은은 환율이 꾸준히 하락한 2004~2007년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환율이 하락하면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용으로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도 손실이 생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평기금은 5조1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