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車끼리 독일車끼리 부품 같이 쓴다
글로벌 제조업계에 '부품 공용화' 바람이 일고 있다. 올해 초 도호쿠(東北) 지방 대지진으로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이 붕괴된 일본 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품 공용화에 나서고 있다. 벤츠와 BMW 같은 독일 럭셔리카 업체들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범용 부품의 '공동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지진 직후 어드반테스트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과 비핵심 부품인 외장재 등을 공용화하기로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부품 공용화 대상이 단순 부품에서 핵심 부품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앞서 독일에선 럭셔리 자동차 업계의 라이벌인 다임러 벤츠와 BMW가 비용절감을 위해 지난해부터 부품 공용화를 시행하고 있다. 다임러와 BMW는 양사가 출시하는 전 차종에 적용되는 단일 좌석 프레임을 공동 개발했다. 두 회사는 좌석프레임 공용화로 각각 연간 1억5000만~2억유로(2300억~310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한때 다임러 측에서 BMW의 최신 차세대 3기통(실린더) 엔진까지 공유하는 방안을 타진했을 정도로 공용화 대상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산과 혼다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덴소,아이신 등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부품의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도요타 제조업체들은 일본 대지진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품 공급난이 발생할 것을 우려,각 부품업체에 공용화가 가능하도록 표준화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사키 신이치 도요타 부사장은 "이르면 2013년 초부터 공용 부품을 사용한 차량이 나올 것"이라며 "차체에 사용하는 고무와 플라스틱,나사 등과 같은 소재도 공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업체들 간 합작법인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징둥팡 룽텅광뎬 등은 합작법인을 통해 설비 공동구매와 제품가격 조정 협조체제를 구축한 뒤 특허기술 공유와 공동 기술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8개 TV 제조회사는 특허기술을 공유하고 외국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특허료를 공동 협상하기로 했다.

장성호/김동욱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