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戰 새 국면… SK·STX, 의향서 낸 뒤 실사 나설듯
하이닉스 인수戰 새 국면… SK·STX, 의향서 낸 뒤 실사 나설듯
현대중공업이 6일 인수전에 불참할 뜻을 밝히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하이닉스반도체 주인찾기 작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인수의향서(LOI)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인 현대중공업이 발을 뺀 가운데 SK와 STX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를 밝혔다. 두 회사는 이날 인수참여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 요구에 "확정된 바 없다"고 답변,인수의사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또다른 후보군으로 꼽혔던 LG와 효성,동부그룹은 "인수를 검토한 적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SK · STX 인수전 참여할 듯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조회 공시에 SK와 STX는 "확정된 게 없다"고 답변했다.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두 기업 가운데 STX는 인수 참여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이종철 그룹 부회장은 공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그룹 차원의 시너지효과보다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LOI 제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입찰에 참여할 경우 자금조달 계획도 내놨다. 그는 "절반 이상의 자금을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과 함께 우량자산 매각 등을 통해 충당하고,나머지는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조달, 100% 무차입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영권은 당연히 STX가 보유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설투자 부담에 대해선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향후 10년간 6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걸로 안다"며 "이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한 투자 규모로,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투자 자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 우려에 대해선 "STX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먼저 시장을 설득할 계획"이라며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조건과 가격을 제시할 예정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면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한동안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서 STX가 대형 인수전에 나설 경우 여신을 회수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주채권 은행과 협의를 마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STX가 자금여력이 없다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해 자금조달 계획까지 미리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X와는 달리 SK는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그동안 시장에선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법 위반 등 안팎으로 여러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SK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냐는 게 중론이었다. 때문에 SK가 LOI를 내더라도 본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 시각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LG,동부 등이 불참하기로 하면서 SK가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막판에 극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SK가 에너지,통신에 이은 새 성장동력으로 반도체에 도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유력 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이 포기하자 당황한 채권단이 인수부담을 덜어주는 등 '당근'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있다.

◆현대중,내부 부정적 기류에 막판 불참

현대중공업이 막판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일단 LOI를 낼 것으로 봤다. 대다수 언론도 현대중공업의 LOI 제출을 기정사실화했다. 범현대가(家)가 현대건설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등에 이어 옛 현대전자인 하이닉스를 되찾고 조선업에 쏠린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현대중공업의 속사정은 복잡했다. 내부 실무진은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의 리스크를 따져 봤다. 일부 장점도 있지만 △향후 10년간 최소 60조원 이상 투자 필요 △10년간 10조~15조원가량의 현금유출 가능성 △태양광과 반도체 사업의 제한적인 시너지효과 △최악의 경우 그룹 전체의 위기 가능성 등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보고서는 지난 주말 현대중공업 고위층에 전달됐다. 현대중공업이 시장 예상을 뒤엎고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한 이유다.

장창민/이태명/조재희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