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한국 대표 서정시인 김영랑(본명 윤식),하멜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하멜 등이다. 김영랑을 제외하곤 정약용과 하멜은 이방인이었다.

다산선생은 강진에서의 18년 유배생활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목민심서,경세유표,흠흠신서 등 대표저서를 냈다. 12년 조선 억류생활 중 태반을 강진에서 보낸 하멜은 하멜표류기를 써 당시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강진의 후덕한 인심과 빼어난 풍광을 잊지 못했다. 그들의 저서에는 그런 기억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강진을 '답사 1번지'로 책머리에 소개할 정도로 강진에 흠뻑 빠진 사람이다. 그는 책에서 강진을 '숱한 문화유산과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고 평했다.

강진사람들은 이런 강진에 대해 자부심이 유난히 높다. 자부심은 애향심으로 이어내려온다. 2003년 타계한 김향수 전 아남그룹 회장(강진읍 출신)은 그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반도체 공장의 입지로 모든 게 불편한 고향 강진을 검토하기도 했다. 반도체 공장은 결국 1995년 강진과 멀지 않은 광주에 46만2000㎡(14만평) 규모로 건립됐지만 김 전 회장의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STX조선 협력업체인 ㈜한조의 김승재 회장은 고향인 강진 칠량농공단지에 선박 및 자동차부품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달 말 강진군과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출향 기업인들의 귀환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부산의 본사와 중국의 해외사업부도 정리,2015년까지 아예 강진으로 옮길 계획이다.

'북에는 개성상인,남에는 병영상인'이란 말이 있듯 강진 병영면은 한때 개성상인과 쌍벽을 이뤘던 최대 보부상단의 근거지였다. 이런 전통의 계보를 잇는 최고경영자(CEO)들로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군동면)을 비롯 김 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냉동창고업체인 동영골드프라자를 운영하는 김재운 대표,고향 장학사업에 기여해오고 있는 이광래 우미건설 회장(강진읍),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군동면),단돈 7달러로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 채소농장이 성공하면서 만석꾼의 꿈을 이룬 김용복 서울영동농장 명예회장(군동면 · 영랑기념사업회장),재경강진향우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렬 진화섬유 대표(신전면) 등이 있다.

법조계 인맥은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터운 편이다. 초대 국가 인권위원장을 역임한 김창국 변호사(강진읍), 윤재식 전 대법관(강진읍),대한변협회장 출신 박재승 변호사(성전면) 등이 강진 출신이다. 손용근 전 특허법원장(작천면),김관재 전 광주지법원장(도암면),정갑주 전 제주지법원장(도암면),명동성 전 중앙지검장(병영면),이준보 전 대구고검장(대구면) 등이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관계에는 5공 때 농수산부장관을 지낸 김식 씨(강진읍),전남지사와 교통부장관을 역임한 김창식 씨(작천면)에 이어 강진 출신 공무원모임인 '정석회'를 이끌고 있는 배국환 감사원 감사위원(성전면) 등이 명맥을 잇고 있다. '정석'은 다산선생이 강진 유배시절 기거했던 다산초당 뒤편 바위에 새긴 글에서 따온 이름이다.

체육인으로는 국회의원 시절인 1974년 40대의 나이로 테헤란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 화제를 뿌렸던 황호동 씨(강진읍 · 작고)가 있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와 이순철 전 LG트윈스 감독도 뿌리는 강진이다. 둘 다 호적주소가 강진으로 돼 있다. 이 전 감독의 아버지 이은동 씨(작고)의 고향은 강진읍 교촌리다. 또 이 선수의 아버지 이춘광 씨는 신전면 노해마을 출신이다. 이 선수가 한때 아시아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 마을 입구에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리기도 했다.

강진=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