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위기일까,아니면 괜한 걱정일까.

최근 삼성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은 엇갈린다. 닛케이비즈니스 보도처럼 삼성의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일시적인 부진일 뿐이란 시각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닛케이비즈니스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 실적이 예전만큼 좋지 않다는 점에서 그런 해석도 내놓을 수 있지만,사상 최대 실적을 낸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좋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던 2007년 상반기에 비하면 지금은 그래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매출 155조원,영업이익 17조원을 냈던 작년이 아닌 예년과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실적이란 설명이다. 삼성은 전자를 제외한 모바일디스플레이,LED,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들은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럼에도 '삼성의 위기'란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우선 삼성전자만 보면 추세적으로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간 기준으로 최고 실적을 냈지만 2분기 4조8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올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이익의 폭이 줄었다. 증권사들은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당초 4조원 이상에서 최근 3조4000억~3조5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실적 부진에 더해 해외 경쟁기업들의 공세도 어느 해보다 거세다. 인텔이 20나노급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일본 엘피다도 내달부터 25나노 D램을 한발 먼저 양산한다. 휴대폰 사업도 애플을 뛰어넘는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데다 특허소송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20년간 반도체 호황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는데,20년이 지난 지금도 반도체를 대체할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게 삼성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짚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는 팽배하다.

실적 부진이나 성장 정체보다 삼성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외풍'이다.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 이후 삼성을 향한 정치권 등의 공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에서 1000억원 규모의 내수 활성화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도 결국 외부의 비판적 시선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삼성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위기는 분명히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