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EU와 FTA를 통한 무관세 무역동맹을 맺자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 EU FTA 발효로 한국 기업들이 무관세 제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쌓아온 유럽 내 점유율이 하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선 유럽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중국과 일본기업들이 차지했던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EU 시장에선 중국과 일본 공산품의 시장점유율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중국의 대EU 수출액은 4018억달러로 한국(535억달러)에 비해 8배가량 많다. 일본 역시 한국보다 2배 가까이 많은 920억달러어치의 제품을 EU에 수출했다.

하지만 한 · 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철폐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중국과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EU 공산품 시장의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이 잠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뒤늦게 EU와 FTA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는 등 한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 · EU FTA의 영향으로 일본이 연간 14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한국에 빼앗길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과 EU는 지난 5월 정상회의를 갖고 FTA 체결을 위한 정부 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이 그동안 비관세 장벽 철폐와 정부 조달 시장 개방 등에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EU측과 협상을 진척시키는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변국과의 FTA 체결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삼고 있다. 현재 아세안(ASEAN) 파키스탄 페루 뉴질랜드 등 17개국과의 FTA가 발효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의 값싼 농축산물이 협상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면서 EU 미국 등 경제 규모가 큰 교역국과의 FTA 체결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