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에 사는 A씨는 지난 4월 말 하락세를 보이던 한 주식형펀드가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1억원을 투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분할 매수하라"고 권해 4월 말,5월 말,6월 중순 총 3회에 걸쳐 4000만원,3000만원,3000만원씩 나눠서 사들였다. A씨는 "그 때 한꺼번에 투자했으면 8% 손해봤을 것"이라며 "주가가 중간에 빠졌지만 손해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은행 PB는 A씨가 가입한 펀드가 오는 7월 중 저점을 찍고 내년 중 목표수익률 20%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PB들은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그리스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투자 손실을 최대한 피하는 '수비형' 전략을 쓰거나 보수적인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투자 손실을 줄이면서 다음 투자 기회를 찾기위해 현금성 자산도 많이 확보해 둘 것을 주문했다.


◆주가 조정기는 포트폴리오 재편 기회로

사모펀드,자문형 랩어카운트,역외 헤지펀드,브라질 채권 등 그동안 인기를 끌던 투자처의 인기가 다소 식었다. 투자기회를 노리며 숨고르기를 할 타이밍이다. 이 때 분산 투자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득성 SC제일은행 PB센터 이사는 "우리나라엔 아직도 분산 투자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몰빵'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현 시점을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는 주식 투자비중으로 '100-투자자의 나이'원칙이 있지만 향후 경기 회복을 감안하면 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유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현금 비중은 10%,정기예금 30%,주가연계증권(ELS),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은 대안상품으로 20~30%,나머지 주식형펀드는 30~40% 정도 배분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투자를 다시 시작할 시점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정삼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은 "미국 경기 회복 신호가 어느 정도 나타나면 투자를 재개해도 된다"며 "다음달 발표되는 미국 실업률에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세계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미국 소비 회복은 미국 실업률로 파악할 수 있는데,이 실업률이 7월 초에 떨어지면 긍정적인 신호라고 정 팀장은 밝혔다.


◆위안화 구조화 예금,ELS,MMF 등 인기

시장이 불안할수록 안정적인 투자처가 인기를 끌고 있다.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는 위안화 연동 구조화 예금을 출시했는데 조기 마감돼 다시 출시할 예정이다. 이 예금은 원금이 보존되는 구조로 위안화 절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인 연 5% 절상보다 낮은 연 2.6% 이상 절상만으로도 투자자들이 연 7%의 이자를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1년간 위안화가치의 상승률이 2.6%에 미치지 못하면 이자가 전혀 없다.

다만 원금은 보장된다. 고 이사는 "향후 위안화 절상률이 높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 이 상품이 인기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ELS도 인기다. 정삼영 팀장은 "주식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ELS가 대안상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 채권은 연 6~7%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으나 지금 들어가기는 늦었다"고 말했다. 이관석 팁장도 "ELS가 가장 믿을 만한 투자처"라며 "ELS로 연 10%의 수익을 거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ELS상품 중 한국 코스피200과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한중 주가지수 연계 ELS'를 추천했다.

한편 아주 보수적인 투자자의 경우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하고 있다. 이정걸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은 상품이나,3개월 미만으로 운영되는 신탁과 예금 상품으로 자금을 굴리며 때를 기다리는 고객이 많다"고 소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