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나 KT 같은 큰 기업들이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에요. 한국 게임업계 발전에 좋은 자극제가 될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바꿀 수 있거든요. "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사장(40 · 사진)이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날린 뜻밖의(?) 멘트다. 접속자 수와 결제금액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게임 시장에서 피를 말리는 부담을 느낄 것 같은 게임업체 대표 입에서 나온 얘기이기 때문이다. 셧다운제 시행과 대기업들의 모바일 게임 시장 진입으로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윤 사장은 "이제 우리도 질적 성장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외형적 성장을 어느 정도 이룬 만큼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서겠다는 것이다.

윤 사장이 1월부터 사령탑을 맡은 네오위즈게임즈는 올 1분기 매출 1477억원,영업이익 338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51% 증가한 수치다.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수 270만명을 돌파한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와 국내에서 스테디셀러인 '피파온라인2' 등의 흥행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NHN의 한게임을 제치고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빅3' 반열에 올랐다.

윤 사장은 미래 성장을 위한 두 가지 축으로 건전 게임 확대와 자체 개발 역량 확충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이룬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소규모 게임 개발사와 상생하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내놓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게임이 청소년과 학부모들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을 능동적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그린 피망'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자녀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게임 과몰입과 폭력성 문제 등을 해결하고 현재 20%가 넘는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의 매출 비중도 내년까지 10%로 축소할 겁니다. 불법 환전상과 부정 이용자 근절을 위한 모니터링 전담조직 '그린 패트롤'도 신설할 계획입니다. "

퍼블리싱(배급)에만 강하다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난다는 각오다. '크로스파이어''피파온라인''슬러거' 등 네오위즈게임즈의 히트 게임들은 모두 외부 개발사가 만든 것이다. 윤 사장은 "네오위즈게임즈는 그동안 외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비쳐진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개발력까지 갖춰 사업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0%였던 개발인력 비중을 57%까지 끌어올렸다. 연구개발비도 지난해에는 2008년에 비해 7배나 늘렸다. 올해 3인칭 슈팅게임(TPS) '디젤',캐주얼게임 '퍼즐버블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록맨 온라인' 등 자체 개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최근 뜨고 있는 모바일 · 소셜 게임 시장은 자회사인 네오위즈인터넷과 네오위즈모바일과의 협업을 앞세워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 4월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피망플러스'도 선보였다.

윤 사장은 향후 게임업계 성패를 가름할 요인으로 창의성과 유연성,신속성을 꼽았다. "모회사인 네오위즈의 경우 '원클릭 서비스'나 '세이클럽' 등과 같은 독창적인 사업모델을 내놓은 경험을 갖고 있어요. 네오위즈게임즈도 비주류였던 1인칭 슈팅게임과 스포츠게임 장르로 큰 성공을 거뒀죠.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겁날 게 없습니다.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