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의 채무한도 문제가 오는 8월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신용등급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일 전망이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지난 2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4월에 미국의 신용등급 문제를 거론한 바 있어 글로벌 신용등급을 좌우하는 주요 3대 신평사가 모두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불안전한 상태임을 지적한 셈이다.

무디스는 당시 수 주일 내에 국가채무 한도가 상향 조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가 7월 중순까지 예산과 관련해 실질적인 협상의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보다 앞서 S&P는 4월에 이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해 관심을 끌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뜻은 앞으로 상황개선이 없을 경우 신용등급 자체도 하향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평사들이 이처럼 미국 신용등급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아무리 최강대국이라 할지라도 막대한 재정적자와 급증하는 부채로 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넘기는 국가에 대해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논리 때문이다.

현재 무디스나 S&P, 피치 등은 모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으로 부여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은 어떻게든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으나 재정상황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형편은 못된다.

연방정부가 수입보다 지출을 많이 하는 적자재정 운용을 지속하면서 부채는 지난해 말 14조 달러를 넘어섰다.

의회는 부채한도를 14조2천940억 달러로 설정했으나 이 마저도 넘어가 미국 정부와 의회는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만 간신히 면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의 예치금을 끌어다 쓰고 정부기금 투자지출은 줄이는 방식으로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상조치 역시 오는 8월 초면 수명을 다하게 돼 이 때까지는 반드시 부채한도를 늘려야만 한다.

물론 아예 재정운용에서 흑자를 낸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이미 지출처가 정해진 올해는 말할 것도 없고 당분간은 경제상황이 어려워 꿈도 못꿀 일이다.

피치가 이날 경고를 내면서 "8월 초까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단 것도 결국 여야 합의로 조속히 채무한도를 확대하라는 촉구의 의미가 강하다.

신평사 3곳이 모두 미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신평사들의 제스처는 여야 합의를 촉구하는 의미이지 실제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치조차도 이날 성명에서 "미 의회는 결국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는데 합의해 어떤 디폴트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나라로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금융체계는 달러화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지금 비록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강등될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면 여야가 채무한도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경제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일이 일어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럽 어느 한 두나라의 재정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타격을 받겠지만 그만큼 미 의회가 져야하는 부담도 크기 때문에 사전에 조치가 강구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