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표류하던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이 다시 본격화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家)'가 과거 한지붕 아래 가족이던 하이닉스(옛 현대전자)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면서 천덕꾸러기 하이닉스가 금융권 안팎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내년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인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하이닉스가 이번에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채권단, 하이닉스 매각 속도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이르면 오는 21일께 하이닉스 매각을 공고하고 내달 초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도자 실사를 마무리하고 매각 공고 이전에 인수 후보자들도 살펴봐야 한다"며 "매각 방식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채권금융회사가 매각 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공고 등의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으나 매각 공고는 이달 20일 이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구주와 신주 발행을 통한 매각 방식이 유력하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지분 15.0%를 원매자에 모두 넘기지 않고 신주 인수와 구주 매각을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예컨대 인수자는 채권단이 보유 중인 15%의 지분 중에서 5% 또는 10%만 인수하고 발행 신주를 사들이는 것이다.

인수자 입장에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해 사들이면 가격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긍정적이다.

구주 매각 방식은 인수 대금이 모두 채권단에만 유입되지만, 신주 발행을 하면 매각 대금을 하이닉스에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단 입장에서는 잔여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난제로 남게 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본입찰에 앞서 후보자들에 인수 가격뿐 아니라 인수 방식 등도 제출하라고 요구키로 했다.

복수의 후보자가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구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인수할 수 있는 후보자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외환은행(3.4%)과 우리은행(3.3%), 정책금융공사(2.6%), 신한은행(2.5%) 등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낸 후보자들이 인수 방식과 가격 등을 써내면 구체적인 조건 등을 비교해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많은 후보자들을 인수전에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현대가, 하이닉스에 눈독

최근 조용하던 하이닉스가 금융권과 산업계에서 주목을 끈 것은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전날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금융권과 산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그룹, 현대그룹까지도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범현대가가 과거 계열사였던 하이닉스의 전신 현대전자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재무 안정성이 뛰어나 하이닉스 인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와 전자사업을 내세운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현대가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의 윤곽은 실제 LOI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며 "'현대가 기업들도 어떤 형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 SK그룹도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총선과 대선 시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이 무리 없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선이나 대선 등의 정치적인 이슈를 앞두고 있을 때는 특혜 논란이 따를 가능성이 있어 기업 인수.합병(M&A) 관계자들도 몸을 사린다"며 "하이닉스 매각이 다시 불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