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여의도 하늘을 만원 짜리 돈 다발이 뒤덮었다. 서울 여의도 한국 노총회관 앞 사거리는 날아다니는 만원권 지폐를 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4층 높이의 한 빌딩 옥상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5억원 가량의 돈다발을 뿌렸기 때문.
여의도 14층 건물에서 5억원 돈다발 뿌린 이유는?
이유인 즉슨 MBC 창사50주년 특별기획 다큐 ‘타임’시리즈 중 한 편인 '돈'을 직접 연출하고 있는 김현석 감독의 의도된 다큐 제작물 촬영 현장이었다.

충무로 흥행 영화감독 김현석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첫 다큐 제작을 했다. 페이크 다큐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은 가짜 다큐를 말한다.

'돈'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의미가 다양하고 뿌리깊은 역사의 부산물로서 인간과 함께 영속해 왔다.

김현석 감독은 이번 다큐를 통해 방송과는 차별화되는 영화제작현장의 차원이 다른 다양성을 방송에 도입하는 실험을 한다.

지난 5월 30일 전편이 아닌 10분 분량의 짧은 영상 시사회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호평받은 김현석 감독의 '돈'은 감독의 유명세 만큼이나 돈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제작한 '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돈을 뿌리는 장면.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 14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서 약 5억원 어치의 만원권 위폐가 뿌려지자 다큐를 위해 투입된 대규모의 엑스트라들과,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한 데 어울려 돈을 줍느라 이 일대는 한 때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제작진은 관할 경찰서에 미리 신고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촬영을 했기에 커다란 소동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진짜 돈인줄 알고 주웠다가 돈에 소품이라고 찍힌 것을 보고는 실망하는 기색을 나타내면서 조용히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김 감독이 촬영을 진행한 한국 노총회관 앞 사거리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여의도백화점은 지난 2월 ‘10억 돈뭉치’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이날 준비된 소품 만원짜리는 사과박스로 4박스. 5만장이 조금 넘는 금액의 돈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바람이 빌딩 숲에서 하늘로 치솟는 상황이 발생해서 기획대로 사거리 도로로 집중되지 않기도 해 다시 돈을 주워 뿌리기도 수차례. 마침내 촬영 네시간여 만에 원하는 그림을 촬영할 수 있었다.

김현석 감독은 ‘다큐 주제인 돈과 관련해 여의도는 경제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이 촬영을 여의도에서 계획했다.’고 밝혔다.

전작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스카우트'처럼 ‘야구’와 ‘로맨틱 코미디’로 대표되는 김현석 감독의 첫 TV 다큐는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 시도되는 ‘페이크 다큐’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제작된다.

김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해 돈으로 일그러진 가족 간의 사랑과 가족사를 돈에 대한 우회적 풍자를 통해 짜임새 있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창사50주년 특별기획 다큐 '타임'은 10년차 기자부터 30년차 부장·국장급 기자까지 다양한 개성을 가진 기자들이 각각 특색을 살려 다큐를 제작한다.

여기에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중인 유명 영화감독들이 총 네편의 다큐를 직접 연출하도록 한 것은 영화감독의 방송 다큐 참여라는 새로운 시도다.

김현석 감독이 연출을 맡은 MBC 50주년 특집 다큐시리즈 '타임'의 두 번째 작품 ‘돈' 은 6월 9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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