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건당국 수장 밝혀.."납득할 설명 들을때까지"

러시아는 유럽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산 채소 수입 금지 조치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겐나디 오니셴코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청장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수석 국립위생의이기도 한 오니셴코 청장은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는 슈퍼 박테리아인 '장출혈성대장균(EHEC)'에 대한 의문점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니셴코는 러시아 위생 당국이 유럽 지역의 대규모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공식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독일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으로 번져가는 EHEC에 대한 우려로 지난 2일부터 EU 27개 회원국으로부터의 신선 채소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국내에서 유통되는 EU산 채소도 모두 압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EU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 주재 EU 대표부의 페르난도 발렌주엘라 대표는 3일(현지시각) "금수 조치는 부당하며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즉각적인 해제를 촉구했다.

발렌주엘라 대표는 특히 러시아가 올해 안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조치는 WTO의 규정과 회원국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금수조치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WTO 가입에 대한 EU의 지지 입장이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EU가 주장한 WTO 회원국 정신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그 정신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오염된 채소를 먹고 죽어가게 내버려둘 순 없다"고 역공을 취하고 나서면서 러-EU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

이같은 푸틴 총리의 뜻을 위생 당국 수장이 이날 재확인한 것이다.

한편 오니셴코 청장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러시아에 EHEC 균주(菌株)에 대한 연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장은 "러시아 전염병중앙연구소 소속 전문가가 이 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