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의 조찬 모임에서는 '좌(左) 클릭' 발언이 쏟아져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MB정부의 경제 정책은 강만수 사단의 학술경제"라고 정의한 뒤 "대기업 임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강만수 학파들이 전횡을 일삼아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식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감세 철회는 친서민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느냐를 시험하는 정무적 사안이 됐다"며 감세 철회로 확보될 재정을 서민복지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확인했다.

과도기 지도부 체제의 한나라당이 뚜렷한 구심점을 갖지 못한 채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주장으로 넘쳐나고 있다. 이날 모임이 단적인 예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의 이념 노선을 (진보와 개혁 방향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발언이 잇따랐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좌 선회'에 대한 당내 비판을 재반박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최근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한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안상수 전 대표가 중도개혁을 표방하자고 할 때는 '보수의 가치'를 운운하며 반기를 든 의원이 한 명도 없었는데,지금은 문제 삼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요즘 한나라당에선 세제 복지 대북문제 등 핵심 정책 방향을 놓고 '각개전투'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민심'을 내세우며 당 이념과 다른 발언들이 수시로 공개석상에서 넘나든다. "정책을 활발히 논의하는 건 좋은 일"(남경필 의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자기 살 길 찾겠다고 당을 산으로 보낸다"(영남권 재선 의원)는 반론도 많다.

새 원내 지도부의 정책은 감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원론'의 벽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는 30일 열릴 정책 의총에서 감세 찬성에 대해 대표 발언자로 나서는 나성린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은 6 대 4 정도로 감세 철회에 무게가 실리지만,실제 경제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바뀔 것"이라며 "당론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신이다.

'반값 대학 등록금' 문제는 원내를 넘어 한나라당을 둘로 쪼갤 기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정책 추진의 큰 틀에서 합의를 봤지만,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실 · 국장회의에서 "다 공짜로 하다간 나라가 문 닫는 수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다 보니 당의 이념과 완전히 동떨어진 얘기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 · 단양)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도 원래 수준으로 원상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대에서 열린 '정주영 사진전' 참관과 특강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정치만 활발하고 국민과 다른 당에 대해선 무관심한 지금 한나라당은 '피아식별'(적군과 아군을 구분)이 혼돈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중립 성향의 의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대표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자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비난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도 "새 원내지도부를 당선시킨 표에는 모두 꼬리표가 달려 있다"며 "실질적 주인이 나타나 당을 끌고 갈 때까진 포퓰리즘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계속 튀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