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하면 흔히 생각나는 것이 '쾌걸조로' 혹은 '전격 Z(제트)작전'이다. 닛산의 370Z는 쾌걸조로가 흔적을 남기고 간 것처럼 핸들과 발판 등 곳곳에 Z자가 새겨져 있는 2인승 정통 스포츠 쿠페다. 외관은 근육질의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헤드 램프와 테일 램프는 부메랑 형태인데 두 램프를 합치면 Z자 모양이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의 붉은색 바늘이 빛을 발하며 한 바퀴 도는 닛산 특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원 모양의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오디오가 있는 부분)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다. 엔진은 시내 주행 시 시속 40~60㎞ 구간에서 '불만 가득한' 엔진소리를 낸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답답한 도로상황을 원망하는 듯했다.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내주행 시 살짝만 밟아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심야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는 제 성능을 마음껏 뽐내 '제트카'라 할 만했다. 시속 150㎞ 안팎에서 가장 안정적인 주행감을 맛볼 수 있고 200㎞까지 거뜬하게 올라갔다. 매끈하게 상승하는 회전질감과 날카로운 엔진소리는 VQ엔진의 명성에 걸맞았다. 3700㏄ V6 엔진이 최고출력 333마력,최대토크 37㎏ · m의 힘을 낸다. 250㎞까지도 무리없이 올라가는 괴력을 자랑했지만 200㎞ 이후부터는 도로에 낮게 깔리지 못하고 다소 뜨는 경향을 보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