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BMW와 벤츠 등 유럽 자동차의 국내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럽 수입차업체들은 최근 증가하는 국내 판매와 함께 FTA에 대비해 전국 전시장을 확대하는 등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차 국내시장 얼마나 잠식할까 =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차업체(등록기준)는 총 16개로, 브랜드는 26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유럽 업체는 8개, 브랜드는 13개로 수입차 전체 절반을 차지한다.

협회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와 마세라티, 페라리 등 초고가의 슈퍼카 브랜드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92%로 9만여대를 팔았다.

이 가운데 유럽 차들의 비중은 65.4%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유럽차의 비중이 한층 커져 지난 4월에는 수입차 판매량 가운데 유럽차의 비중이 78%에 이르렀고, 4월까지 누적량도 70%(73%)를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FTA가 발효되면 유럽차를 앞세운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수년내에 10%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수입차에 부가되는 8%대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 2016년 이후에는 완전히 없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판매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기준이 당초보다 완화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라인업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

최근 확정된 온실가스 기준은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수 4천500대 이하의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 한시적으로 당초보다 19% 완화됐다.

BMW와 벤츠 등 4천500대 이상을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서도 기준이 일부 완화됐고, 포르쉐 등 500대 이하 업체에 대해서도 별도 기준을 마련키로 하면서 더욱 많은 유럽차 업체가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유럽-국산차 가격差 줄 듯 = FTA 협정이 발효되면 유럽차는 배기량 1천500cc를 초과하는 중대형차는 3년 내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지고, 1천500cc 이하 소형차는 5년내에 관세가 없어지게 된다.

현재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8%.
이에 따라 단순 계산으로 2억원 이상의 초고가 유럽차들은 최대 2천만원까지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격 인하는 이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관세는 수입될 때 기준으로 8%가 부가되기 때문에 소비자 판매 가격으로는 약 4%의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수입차 중 베스트셀링카인 BMW 528은 3년 후에는 6천850만원에서 약 270만원이 인하되고, BMW 520d은 6천240만원에서 250만원 가량이 떨어질 수 있다.

또 1억6천900만원 하는 BMW 750Li는 600만원 이상 떨어지고, 7천만원~8천만원대의 벤츠 E300은 300만원 안팎의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산 자동차는 높아져 유럽차와 국내차의 가격 차이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는 그동안 신차 출시때마다 가격이 높아져 왔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철폐가 실제 판매 가격에 어느 정도의 인하 효과가 있을지는 시장상황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지만,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와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자동차 가격 격차는 예전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車업체 국내 네트워크 강화 = 이에 따라 유럽 수입차업체들은 국내 판매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전국 4곳에 딜러를 추가 모집하고 있다.

현재 미니 브랜드를 합한 BMW의 전국 전시장은 33곳으로, 올해 안에 총 40개 정도의 전시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부문도 강화해 조만간 분당에 오픈하는 서비스센터는 한 번에 50대의 차량을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 요원들에 대한 교육과 장비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요원들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벤츠의 경우 현재 각각 19개와 23개인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올해 안에 늘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언제 어느 곳을 오픈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에 18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둔 폴크스바겐 코리아도 이미 전시장 1곳과 서비스센터 1곳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과 경기 지역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17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서 지방 2곳의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확장 이전하는 등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