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원과 부실 금융업체 간 '공생구조'가 드러나면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한은에 금융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공동 조사권한을 부여하는 한은법은 지난해 초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국회 처리는 무산됐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은이 부실 징후가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이 있는 경쟁구도였다면 금감원도 감독에 보다 충실했고 저축은행 사태에도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이 한은 조사권에 반대하는 데는 단독 감독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퇴직자들을 감사로 보내는 공생관계를 유지하려는 밥그릇 지키기 성격이 짙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한은법 재처리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저축은행 사태 불똥이 한은법으로 옮겨붙자 당초 반대했던 의원들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이중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시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저축은행들이 분식회계를 일삼고 서민들의 예금을 강탈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어떤 감독기능도 작동하지 않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