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6일 토론회에서 미국과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국내에도 연금 자본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연금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민연금과 해외 연기금은 단순 비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나 미국 사학연금 '티아 크레프(TIAA-CREF)',네덜란드 공무원 연금 '에이비피(ABP)' 등은 특정 직종을 위한 펀드로 '전 국민의 노후자금'인 공적 국민연금과는 근본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캘퍼스는 다른 연기금들과 연대해 지난 2월 애플 주주총회에서 '과반수 투표제'를 관철시키는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지만 국민연금과 같은 미국의 사회보장연금 '소셜시큐리티'는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주식투자는 고사하고 비시장성 국채만 사도록 규정돼 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특정 직종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연기금들은 민간펀드처럼 운용되기 때문에 국민연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정부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위탁관리하는 대리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과 안정성 담보를 유일한 목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권 행사 목표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해외 연기금들은 가입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경영이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제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지만,미래위는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대리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연기금들은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에 주주로서의 권리 이외에는 민간기업의 사적 영역에 대해 월권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을 길들이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명 중 6명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인사이고 나머지 위촉직 위원도 정부산하 연구기관 소속"이라며 "정부와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