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 · 합병(M&A)이나 부실채권 투자로 수익을 올려온 글로벌 바이아웃펀드(buy-out fund)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자금조달 조건이 좋은 데다 장기투자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경쟁자들이 줄어든 것도 이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은 금융위기 때 부동산 부문에서 큰 손실을 입어 여전히 투자에 소극적이다.

◆블랙스톤 등 대규모 부동산 펀드 출시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칼라일이 대형 부동산 펀드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펀드매니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2억달러 규모 부동산 펀드를 운용 중인 블랙스톤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펀드의 규모는 1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하반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은 지난달 호주 센트로프로퍼티그룹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쇼핑몰을 9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하는 등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가고 있다.

칼라일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형 펀드를 만들기로 하고 자금 모집에 들어갔다. 칼라일은 2006년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으며 현재 102억달러가량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칼라일은 한국에서 외환위기 후 한미은행을 샀다 되팔아 조단위 차익을 남긴 바 있다.

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부동산 투자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골드만삭스에서 랄프 로젠버그를 영입해 부동산 투자 책임자로 임명했다. KKR은 독자적으로 펀드를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바이아웃펀드와 부실채권 투자에서 나온 자금을 부동산으로 돌릴 계획이다.

◆장기자금 부동산 투자 적합

블룸버그는 이 같은 바이아웃펀드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사모펀드들은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조달하는 자금의 만기가 대부분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저평가된 부동산에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KKR의 로젠버그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부동산 시장에는 대규모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며 "부실 기업 등에 투자됐던 자금이 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봐 경쟁자들이 줄어든 것도 사모펀드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투자은행(IB)들의 공백을 활용해 신규로 부동산 펀드를 만드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레그플레밍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작년 6월 47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만들었다. 이는 2008년 이후 만들어진 가장 큰 규모의 펀드다. 블룸버그는 영국 연구기관 프레킨의 조사 결과를 인용,현재 세계적으로 439개 부동산 펀드가 16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 바이아웃펀드

buy-out fund.부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구조조정이나 다른 기업과의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거두는 펀드다. 칼라일그룹 블랙스톤 텍사스퍼시픽그룹 등 대형 사모펀드들의 주요 투자기법이기도 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