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해킹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 현직 직원들이 회사의 내부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필리핀에 체류 중인 해킹 용의자들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커 신모씨 등 일당 3명에 대해 인터폴과 공조 수사로 조속히 검거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직원마저 배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현대캐피탈 내부 직원이 해킹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퇴사한 직원 김모씨(36)가 경쟁업체로 이직한 뒤 현대캐피탈 내부 시스템에 무단 침입해 정보를 빼낸 사실을 밝혀냈다고 18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현대캐피탈에서 리스자동차 정비시스템 전산개발 담당자로 근무하던 중 작년 12월3일 퇴사했다. 그는 열흘 뒤인 같은 달 13일 경쟁업체인 W파이낸셜에 입사,전산 개발을 맡으면서 지난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현대캐피탈에서 사용하던 전산시스템(AMAS)의 관리자 계정으로 무단 침입해 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 근무 당시 동료였던 또 다른 김모씨(45)로부터 지난 3월 현대캐피탈의 통합 견적출력 시스템의 화면캡처 자료를 문서로 건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 견적출력 시스템은 업무 관련 전산조회를 요청할 때 데이터베이스 서버에서 자료를 불러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김씨가 받은 75장에 달하는 화면 캡처 문서에는 고객 정보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에 파견 근무 중인 B보험사 직원 A씨도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등 두 차례에 걸쳐 6~7장가량의 문서를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전산망을 침투한 해커와 이들 전 · 현직 직원이 공모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총책 등 2명 검거

경찰은 앞서 은행 폐쇄회로TV(CCTV)에 돈을 인출하는 모습이 찍힌 국내 총책 허모씨(40)와 공범 유모씨를 붙잡아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7~8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모씨(36)를 지난해 12월 말 필리핀에서 만나 '유명 해커를 알고 있는데 이 해커에게 돈을 주고 유명 회사의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2000만원을 건네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체한 돈을 국내에서 찾은 '인출책'은 허씨와 조씨,중국 동포로 알려진 조씨 애인 등 3명이며 필리핀에서는 정씨가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