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 모르는 외국인타운

안산 외국인 타운
저녁마다 발디딜 틈 없어…고가 스마트폰 월 300대 팔려
원룸 월세, 서울 대학가 수준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상점 간판 대부분 중국어…한국 사람이 가게 정리하면 중국인이 바로 들어와
[현장 리포트-외국인 120만명 시대] 안산 원곡동 상가 80% 외국인이 운영…"1년 내내 장사 잘 돼요"

"노래방이나 술집에 가보세요. 한국 도우미는 없지만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여성은 다 있어요. " 안산 외국인타운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유흥산업까지도 외국인이 점령한 곳이 안산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15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을 해 온 이태영 씨는 "안산 원곡동 상가 열에 여덟은 외국인이 운영한다"고 말했다.

원곡동엔 한국인이 나간 자리를 외국인이 메우며 자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주말이면 외국인은 인천에서 원정 쇼핑을 온다. 목이 좋은 대로변 1층 상가는 권리금만 33㎡(10평)당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외국인의 수요에 집값도 만만치 않다. TV 등 가전제품이 일부 설치된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35만원 선으로,서울 시내 대학가와 비슷하다.

◆외국인타운,불황 모른다

지난 9일 오후 8시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인근 외국인타운.상가 불빛으로 대낮 같은 거리는 행인들과 부딪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만큼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중국식당과 베트남식당,외국인 상대 휴대폰 판매점과 가전제품 매장이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다.

동남아식당 '나이지 레스토랑'의 최영란 씨는 "불법 체류자 단속 때문에 사람이 조금 줄었지만 장사는 1년 내내 꾸준히 잘된다"며 "우리집 빼고는 대부분 외국인이 직접 점포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SK휴대폰대리점 박영리 점장(25)은 "고가 스마트폰이 한 달에 300대 이상 팔린다"고 전했다. 원곡동 일대 은행들도 이들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다. 이곳에는 2003년 처음으로 지점을 개설한 외환은행을 비롯 중국어 간판을 단 신한은행,하나은행 지점이 20~30m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지역경제 먹여살리는 차이나타운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한낮 시장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거리에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국제전화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한국말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고 상점 간판도 대부분 중국어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판도 중국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 자영업자들은 바쁘게 일한다. 중국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김영례 씨는 "이 근처 집들도 전부 중국사람이 세들어 살고 있어 중국인이 없으면 장사도 안 되고 빈 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옥수수와 순대 등을 파는 한 가게 주인은 "기존의 한국 사람들이 가게를 정리하면 곧바로 중국인이 그곳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송금 스타일 바뀌었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은 매달 생활비 정도로 20만~30만원만 본국으로 송금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번 돈을 모두 본국으로 송금했는데 막상 돌아가니 가족이 돈을 다 써버린 사례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대다수는 기숙사 생활을 통해 숙식을 해결하고 대부분 주 6일 근무하기 때문에 돈을 쓸 시간도 없어 이들의 가처분소득은 생각보다 많다. 이효정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주임은 "우리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외국인 노동자도 많다"며 "카드를 잘 안 쓰기 때문에 지갑이 불룩할 정도로 현금을 갖고 다니는 이도 많고 한국인 직원들에게 비싼 음식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신세대 외국인 노동자들의 소비 욕구는 커지는 반면 돈 쓸 곳이 마땅치 않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전자제품을 충동구매하거나 유흥으로 탕진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도 많다"고 전했다. 공단 주변의 한 은행 관계자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때문에 회사들이 일정액을 예금으로 적립해 자동으로 송금되게 하는 상품을 권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