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대책을 추진하는 배경은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앞서 서민을 위한 `안전망'을 치자는 것이다.

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금융기관의 대출을 억제하고 전체적으로 이자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서민이 더 고통받는 `금융의 양극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3일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책을 시행하면 `금융 소외자'가 양산될 수 있다"며 "따라서 먼저 서민금융의 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마련하는 대책의 큰 뼈대는 ▲불합리한 개인 신용등급 체계 개선 ▲서민의 금융 접근성 제고 ▲이자 부담 급증 방지 ▲금융 재활제도 개선 등으로 요약된다.

대규모 재원을 마련해 돈을 지원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서민금융 대책이 빚을 권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데다, 무작정 `퍼주기'보다는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개인 신용등급 체계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등급 산정에 활용토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까지는 개인신용평가사들이 연체정보나 대부업체 이용정보 등 `불량정보'를 사용해 신용점수를 깎는 게 주된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점수를 올리는 `우량정보'도 반영해 신용평가의 유효성을 높이겠다는 것.
특히 우량정보 가운데 거의 온 국민이 내고 있어 보편성이 인정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납부 실적이 반영되도록 금융위는 관계 기관과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거래를 거의 하지 않아 신용등급이 아예 없는 `무등급자'도 공공요금만 제때 냈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이 부여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신용카드 대금을 밀리지 않고 냈다면 이러한 우량정보도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개인신용평가사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용등급 평가방식이 제각각이어서 같은 사람이라도 평가사에 따라 등급에 큰 차이가 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개인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산정 방식을 될 수 있으면 균질화하고 평가 항목을 최대한 공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평가 항목과 절차가 투명하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용등급이 나빠져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거나 금리가 높아진다"며 "서민들은 소액 신용대출을 자주 받으려고 자주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만큼 조회 횟수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중에서는 햇살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의 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1~2월 서민금융 상품에 대한 현장점검을 해보니 연소득 규모의 일정 비율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햇살론의 경우 소득 인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문제점을 일선 담당자와 대출자들이 많이 지적했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근로자의 경우 급여소득에 제한된 것을 비급여소득 등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며 "대출 추이를 봐 가며 현재 자영업자 70%, 근로자 50%인 대출 상한선도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탈락자의 재활을 돕는 신용회복지원제도를 개선하는 것 역시 이번 대책의 중요한 목적이다.

지난해 말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150만명을 넘은 데다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면 채무 불이행자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안전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때 당사자가 장기 분할상환을 선택하면 상환 기간을 현재의 8년에서 10년으로 늘려주고, 일정기간 유예 후 일시상환을 선택하면 유예 기간을 2년까지 연장해 줄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신용회복기금을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관계자는 "상환 기간을 연장하면 매월 상환액이 그만큼 줄어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자 부담의 급증을 방지하는 것은 현재 연 44%인 대출금리 상한선을 39%로 낮추는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기는 게 주요 내용이다.

관련 법 시행령을 고치고 유예기간을 두려면 올해 하반기는 돼야 상한선을 39%로 낮출 수 있지만, 금융위는 될 수 있으면 일정을 앞당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30% 이자제한법 개정'과도 맞물려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대출금리를 갑자기 30%로 묶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그보다는 단계적으로 상한선을 낮춰 업계의 자율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