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위험인 '차이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연이어 회계나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거래소 책임론을 제기하며 외국 기업 상장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한국 증시 위협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회사는 2007년 8월 3노드디지탈을 시작으로 15개사가 됐다. 그리 많지 않은 숫자지만 이들이 잇달아 '사고'를 치고 있다. 2009년 4월 연합과기가 처음으로 문제를 터뜨렸다. 상장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 기업의 불투명성이 부각되며 '차이나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불거졌다.

작년 11월에는 중국원양자원이 대주주의 보유 주식 편법 증여 문제에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공시와 철회 발표로 1만3000원이 넘던 주가가 6거래일 만에 7700원대로 40%나 폭락했다. 지난 2월에는 차이나하오란이 2대주주의 지분 처분 사실을 뒤늦게 공시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 중국고섬 사태는 상장된 지 2개월도 안 돼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감사법인인 언스트앤영(E&Y)은 중국고섬 자회사의 은행 잔액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거래정지뿐 아니라 결과에 따라서는 상장폐지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거래소는 이날 중국 기업인 컴바인윌홀딩스와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의 코스닥 상장을 승인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증권사 IB본부장은 "중국 본토 기업의 상장 추진을 위한 실사 막바지 단계에 중국고섬 사태가 터졌다"며 "기업공개 추진 여부를 고민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책임 문제 부각

상장 심사와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선 공시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거래소는 중국고섬이 싱가포르거래소에 매매정지를 요청한 다음날인 지난 22일 오전 10시에야 거래를 정지했다. 투자자들은 매매정지 사유에 대한 중국고섬 측의 공시가 있을 때까지 3일간 영문도 모른 채 마음을 졸여야 했다.

거래소 측은 '회사의 의지 결여'를 탓하고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고섬 상장심사 당시 공시대리인을 두고,한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했다"며 "회사도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실행키로 했는데 그 전에 이런 일이 터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국내에 상장된 해외 기업의 신뢰 문제가 제기되자 2차 상장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해외에서 상장을 통해 한 차례 검증된 기업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고섬 사태가 자회사 회계로 불거졌다는 점에서 또다시 검증 소홀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해외 기업 상장 유치에 대한 거래소의 '실적주의'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 법인은 국내 기업의 외부감사법 적용을 받지 않아 정기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사업보고서 역시 자본시장법상 특례가 적용돼 제출 기한 후 30일 이내에 내면 된다. 또 중국 기업은 합병,영업 양수도 등 중대한 결정을 내려도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 소액주주 보호장치에 허점을 안고 있다.

서정환/김유미/박민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