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임된 금융 CEO(최고경영자)들이 취임 일성을 통해 당국의 주문에 속속 화답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상당수 조간신문 1면에 한동우 회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 문구를 실은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는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큰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란 사과 문구로 시작해 "고객을 사랑으로 모시고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신한이 되겠습니다.신한금융그룹 회장 한동우와 모든 임직원이 함께 약속드립니다."로 마무리된다.

신한금융은 이날 직원 60여 명이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고객에 대한 사과와 새 출발을 다짐하는 마음을 담아 합창하는 방송 광고도 시작했다.

한 회장이 전직 경영진 간 내분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주주, 고객 등을 상대로 사과한 것은 이번으로 4번째다.

그는 회장에 내정된 지 9일 만인 지난달 22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설립 주역인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 사과하고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이어 지난 23일 오전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 직후 주주총회장에 들러 "사과로부터 새로 출발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며, 오후에 열린 취임식에서도 재차 사과했다.

한 회장이 4차례나 주주와 고객들에게 사과한 것은 당국의 주문에 화답하고 조기에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초 "은행지배구조 잘못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시점에서 즉시 사죄하고 차기회장을 뽑았어야 했다"며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지난 10일에도 한 회장에 대해 "취임하면 그동안 일(내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회장은 탕평인사와 관련, 지난달 14일 회장 내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모, 형님, 선배와 같은 마음으로 (직원들을) 안을 것이지만, 분파주의가 계속되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열흘 뒤에는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재신임을 위한 일괄 사표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계열사 사장들과 협의해 다들 걱정하는 편 가르기 인사가 확실히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이 취임식에서 지난 5개월간 회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류시열 전 회장에게 깊은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장기간 신한금융 경영을 책임졌던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분파주의 극복 의지로 보인다.

우리금융 경영진은 민영화 재추진에 대한 의지 표명을 통해 당국의 주문에 화답했다.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회장은 지난달 중순 "다른 금융회사와 비슷한 상업은행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면서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정부 소유 금융회사로 분류돼 영업 등의 경쟁에서 제약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재임기간에) 무엇보다 가장 먼저 민영화 추진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우 신임 우리은행장도 지난 22일 "우리은행은 지주회사의 맏형인 만큼 최전방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고 밝혔다.

앞서 김석동 위원장은 지난 1월24일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시간을 끌지 않겠다.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이 있다"며 조기에 민영화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최현석 기자 indigo@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