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GS 홈플러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빅3'가 킴스클럽마트 인수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 · 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탓에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국 54개 점포를 보유한 킴스클럽마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킴스클럽마트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키로 결정하고,최근 BNP파리바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랜드는 롯데 GS 홈플러스 등 주요 SSM 업체와 국내외 펀드 등 20여곳에 투자안내서를 보냈으며,오는 30일까지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으로부터 예비 인수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본입찰은 4월 말에 실시하고,우선협상 대상자는 5월 초에 선정한다.

이랜드는 중국 패션 · 유통 부문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킴스클럽마트를 매각키로 하고,지난해 7월 홈플러스와 단독으로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당시 이랜드 측은 3000억원 이상을 원한 반면 홈플러스는 2000억원 안팎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킴스클럽마트 매각금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각방식을 바꾼 것"이라며 "작년 말 유통법과 상생법이 발효되면서 킴스클럽마트의 '몸값'이 오른 덕분에 많은 유통업체가 이미 구두로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슈퍼 GS수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SSM 업계 빅3가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킴스클럽마트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킴스클럽마트의 매출액은 2859억원.지난해 1조4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롯데슈퍼(점포수 280개)가 품에 안으면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또 GS수퍼(점포수 192개)가 인수하면 연간 매출이 1조5000억~1조60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롯데슈퍼를 따돌리게 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손에 넣으면 점포수 기준으로 1위(236개→290개)가 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소형점포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지난해 매출액은 6250억원에 그쳤다.

수도권에 큰 규모로 들어선 점포가 많다는 점도 빅3가 킴스클럽마트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킴스클럽마트 54개 점포 중 32곳이 수도권에 있으며,이 중 20곳은 재래시장에 있다. 빅3와 상권이 중복되는 점포(반경 700m 이내)는 8곳에 불과하다. 점포 평균 크기는 1000㎡(약 300평)로 SSM치고는 큰 편이다.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면 43만명에 이르는 포인트카드 멤버십 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들이 킴스클럽마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뜨내기' 손님이 아닌 로열티 있는 고객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빅3는 인수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아직 인수전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롯데는 롯데슈퍼가 아닌 그룹에서 들여다보고 있으며,홈플러스와 GS수퍼도 기획실을 중심으로 인수 효과를 따지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