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현장에선 복지예산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복지논쟁만 벌일 게 아니라 복지예산의 누수를 막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실업급여 등 근로복지 지원금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1413개 사업장에서 111억원의 고용보험기금 누수 사례와 41억원의 법인세 탈세 사실을 적발했다고 2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캐디,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778명은 취업사실을 숨기고 고용센터 직원을 속이는 방식으로 실업급여 18억원을 부당하게 받아왔다.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도 실업급여를 탄 건설일용근로자 456명(총 10억5000만원)도 적발됐다.

전문브로커 등이 낀 일부 업체는 친인척 명의를 빌려 일하지도 않은 근로자를 허위 신고하는 수법으로 인건비를 과다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하고,허위 근로자가 실업 급여를 타가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이 공모해 탈루한 법인세만 41억원이었다.

또 이미 고용한 근로자를 신규 고용한 것처럼 전산으로 허위 신고하거나 감원방지 의무를 위반하는 등 각종 지원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 601곳에 47억원의 고용안정사업 지원금이 잘못 지급된 사실도 밝혀졌다. 직업능력개발 훈련기관 등 812개 기관은 훈련기간 중 국외에 체류 중인 훈련생을 출석 처리함으로써 7억원의 훈련비를 받아 챙겼다.

뿐만 아니라 10개 중소기업은 유학,어학연수 등으로 장기간 출국해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석사학위 소지자 등 전문인력의 명의만 빌려 '전문인력 활용장려금' 68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감사원은 공모(共謀)에 의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혐의자들에 대해 수사요청 및 고발하도록 하고 부정하게 수급한 지원금은 회수토록 조치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고용보험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피보험자의 자격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며 "고용보험전산망과 직업능력개발훈련정보망 등 시스템 간 연계가 미비한 것도 지원금 누수의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실업급여 등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근로내용을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알선한 자에 대해 과태료를 상향조정하고 행정 형벌로 제재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