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가 회복기의 글로벌 경제에 '초대형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지역 원유매장량 1위 국가인 리비아가 정정 불안으로 석유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석유시장에 심리적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가가 불안 조짐을 보이면서 안정세를 나타내던 국제금융시장은 금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재연됐다. 유럽 증시에 이어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리비아,미국까지 목죄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22일 "리비아 석유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나푸라 유정지대와 석유 수출 중심지 라스라누프 등이 반정부 시위대에 장악됐다"며 "독일 BASF와 이탈리아 에니 등 리비아에 진출한 석유 관련 업체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직원을 철수시키면서 리비아의 석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BASF 산하 에너지 전문기업 빈터샬은 이날 리비아에서 원유 생산 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빈터샬의 생산 규모는 하루 10만배럴로 바레인 원유 생산량의 두 배다.

하루 160만배럴을 생산하는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8위 산유국인 동시에 세계 12위 석유수출국이다. 북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 국가이면서 세계 원유 공급의 2%를 담당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비아뿐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 상황이 언제든 악화될 수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리비아에 이어 이란 등 대형 산유국으로 정치 불안이 확산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리비아발 유가 불안이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몇 주간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눈 깜짝할 새 중동의 정치 불안이 미국 경제와 세계경제를 잡아먹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류첸코프 VTB캐피털 애널리스트는 "리비아의 불안이 계속되면 유가가 안정되기 힘들 것"이라며 "유가가 추가로 오를 경우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비아발 충격은 일차적으로 리비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지만 조만간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 등으로 회복세가 더딘 미국 경제를 비롯한 여타 경제권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아랍권 정정 불안이 세계 원유 공급의 젖줄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지역 핵심부까지 본격 번질 경우 대규모 석유 공급 차질 가능성도 우려한다. 한국 정부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5일 연속 유지하면 위기매뉴얼상 경보요건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할 방침이다.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리비아발 충격으로 유럽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21일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유럽600지수는 3.86포인트(1.33%) 떨어진 287.18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지수는 1.2%,독일 DAX지수는 1.41% 하락했다. 프랑스 CAC40지수도 1.44% 빠졌다. 리비아와 외교 관계가 가까운 이탈리아 주가는 3% 넘게 하락했다.

22일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1.78%,1.87%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11% 빠졌다.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자금

반면 안전자산 수요는 급증세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빚어지면서 국제 금값이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여 1월 이후 최고가인 온스당 1408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은도 30년 만에 최고치인 온스당 33.89달러에 거래됐고,백금 대용인 팔라듐은 전일 대비 1.6% 오른 온스당 859달러로 2001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리비아에 진출한 이탈리아의 에니는 직원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빈터샬과 BP,로열더치셸 등도 사무소 폐쇄와 직원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