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자동차 '울상'..건설.조선 '기대'

산업팀 = 22일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2년 반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항공과 자동차 등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에는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고,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력에 직면한 정유업계도 난처한 상황이다.

기름값 인상은 전반적인 원자재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산업계 전반에 걸친 부담도 불가피하다.

다만 건설과 조선 등 오일달러 특수를 노릴 수 있는 일부 업종에는 부진을 극복할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가장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항공업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평균 각각 347억원, 107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양사 모두 오래전부터 원가절감 노력을 체질화한 상태다.

탑승률과 운항 시간대 등에 따른 음용수의 탑재량을 분석하고, 엔진 효율증대를 위한 엔진 내부 물 세척과 경량 화물탑재용기 도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또 기름값이 계속 오르는 것에 대비, 상대적으로 유가가 쌀 때 항공유를 미리 사두는 '항공유 헷징' 비율을 현재 25%에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는 고유가가 연료 비용 부담이 큰 대형차 위주로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고연비, 소형차, 친환경차 개발 및 출시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대표적으로 연료를 직분사해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GDi 엔진을 개발, 신차에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아반떼, 엑센트 등 지난해 출시한 고연비차와 함께 올해는 신형 모닝과 프라이드, 벨로스터 등 연비가 좋은 소형차 판매를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 예정된 쏘나타와 K5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지엠은 GM의 고연비 경차 및 소형차를 개발하는 동시에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양산 모델을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등 고유가에 따른 대체 연료 차량 개발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2012년 SM3를 뼈대로 하는 전기차 개발을 준비하고, 향후 출시되는 신차의 연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통상 두바이유 가격이 오르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 정제이윤이 커져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유가 상승 자체는 호재다.

실제 초고유가였던 2008년과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정유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정부의 '기름값 잡기'가 절정에 달해 고육지책으로 국내 제품 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마냥 미소를 지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계속하면 정제이윤이 늘어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제 유가는 정유사가 제어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변수여서 국내 기름값도 어쩔 수 없이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종은 유가 상승이 원가에 부담을 주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생산 제품의 특성상 다른 업종과 비교해 유가에 따른 직접적인 민감도는 낮은 상황이며, 오히려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가 상승이 간접적으로는 해상 운임, 항공료 등 물류비 상승을 가져오고 통상 다른 원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을 이끄는 경우가 많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핵심적인 원가 요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전자제품을 운송하는데 항공기나 선박, 자동차 등의 수단을 이용해야 해 물류비용이 늘어나는 점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유가 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고유가가 전반적인 생산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에너지 절약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석유가 아닌 유연탄을 연료로 쓰고 전체 전력 사용량의 80%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으로 자가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어 유가 급등으로 인한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하는 상황에 대비해 현재 97% 수준인 에너지 회수 설비 도입률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유가 인상이 중동 국가의 설비투자로 이어져 정유 플랜트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고유가 현상이 지속하면서 조만간 중동 국가의 플랜트 및 인프라 공사의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공사를 따내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SK건설 관계자도 "고유가 사태가 발생하면 중동 국가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이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채굴 장소를 개발해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우리 기업들의 텃밭인 중동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리비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심각한 정정불안이 수주 기회 확대의 변수가 될 수 있어 건설사들은 현지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체 건설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 인상으로 자재 운송비와 중장비 주유비가 함께 오를 전망이어서 비용 절감 대책도 마련 중이다.

조선업계도 고유가로 올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수주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세계 오일 메이저들이 그간 채산성을 이유로 개발을 미뤄왔던 유전이나 심해, 가스전 등에 대한 개발을 확대하고 이에 필요한 선박과 해양설비 발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박은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특수선이 대부분인 만큼 중국 조선소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한국 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올해 2월 중순까지 드릴십 15척, 리그 11기 및 FSO 등 전세계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금액이 120억달러를 넘어서 작년 연간 수주금액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