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와 이집트를 거쳐 확산된 민주화 시위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퇴진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집트 바레인 등지의 시위사태는 정부의 잇단 유화책이 나오면서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2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군부는 최근 222명의 정치범 석방에 이어 지난 20일에도 108명의 정치범을 추가로 석방하는 등 민심 달래기 유화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시위 규모가 작아지는 등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자 은행들도 이날 문을 열고 일제히 정상업무에 들어갔다. 박물관과 피라미드도 약 3주 만에 다시 관광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던 바레인도 현재까지는 진정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광장에서 경찰을 철수시키며 시민 집회를 전격 허용하는 한편 야권과 대화에도 나서며 시위 대응을 유화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바레인 정부는 앞서 19일 수도 마나마 진주광장에 주둔해 있던 군 병력과 탱크들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모로코와 예멘 알제리 이란 등에서는 정부의 유화책에도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는 이날 최소 3000명 이상의 시위군중이 거리로 나와 "독재정치를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예멘에서도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이날 즉각 퇴진을 거부한 데다 19세 청년이 경찰의 총에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백명의 학생이 수도 사나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란에서는 시민 1명이 경찰의 강제 해산 과정에서 숨져 잦아들 듯하던 시위 양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