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 M&A(인수 · 합병)실과 노무라증권,대우증권이 10개사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 · teaser letter)를 발송하면서 대한통운 인수전이 본격화했다. 최대 관심사는 삼성그룹의 참여 여부와 인수가격이다. 삼성의 참여 여부와 맞물려 예상 인수가격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대한통운 인수가격이 1조2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참여 여부 최대 관심사

매각 주관사 측이 투자안내서를 보낸 10개사 중 업계에선 삼성 포스코 롯데 GS CJ 등을 유력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포스코는 대한통운 공개 매각이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놓고 포스코와 경쟁한 롯데도 대한통운을 인수,국내외 유통망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GS그룹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작년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팔면서 현금성 자산을 4조원대로 늘렸다. CJ는 최근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된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해 7000억원가량을 조달,인수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보 기업들이 물밑 경쟁에 들어갔지만 중요한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삼성의 인수전 참여 여부다. 잠재적 대한통운 인수 후보로 꼽혀온 삼성SDS와 삼성전자로지텍은 일단 "관심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삼성이 대한통운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시각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연간 수출 물량만 120조원에 이를 만큼 자체 물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 필요성도 그만큼 높다"며 "삼성전자로지텍이 대한통운을 인수해 향후 삼성SDS와 합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가격 1조원 중반대 예상

매각 주관사 측은 아시아나항공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 18.98%와 18.62% 등 총 37.6%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팔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지분을 23.95%씩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교환사채(EB)를 상환해 보유 지분이 줄어들었다. 한때 분할 매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채권단은 일괄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인수 후보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분할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부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대한통운을 물류와 택배 부문으로 나눠 파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통운 지분 37.6%를 일괄 매각하면 인수가격은 1조원 중반대 안팎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37.6%의 시가는 현재 약 93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50%를 얹으면 인수가격은 1조2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 후보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이 2조원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