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슬람자금 테러연계 논리는 시대착오"

이슬람채권(수쿠크)에 과세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놓고 이상기류가 형성되면서 `오일달러'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이슬람법은 이자 수수를 금지한 탓에 채권으로는 자금을 유치할 수 없어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배당 혜택 등을 줘야 하는 만큼 기존 외화 표시 채권에 부여하는 세제 혜택을 적용하자는 게 수쿠크 법안의 골자다.

하지만, 2009년과 지난해 막판에 보류된 데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17일 증권업계와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수쿠크법안 처리를 놓고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그동안 `나홀로' 반대론에 섰지만, 이번에는 기재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부 야당의원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재위 소속 모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야당 의원들이 모두 수쿠크 법안에 찬성했는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원전 수주가 수쿠크와 연관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야당도 반대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원전수주 이면계약 의혹 등을 조사하는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상태다.

민주당 간사인 이용섭 의원은 지난 16일 트위터를 통해 "기재위 세법소위원회로 넘겨 재논의하겠다.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독특한 금융방식인 수쿠크 비과세가 국가 안위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 각국 지원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독교 단체들까지 반발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 양상이다.

수쿠크법으로 인한 혜택이 테러 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다.

증권업계는 이런 정치권과 일부 종교계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풍부한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수쿠크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게 증권가의 주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각국이 세부적인 제도는 다를 수 있지만 이슬람자금을 유치하려는 노력은 공통적이다. 미국도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동자금의 지원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이슬람자금을 테러와 연계시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테러 자금과 수쿠크를 연결짓는 논리에는 반박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슬람금융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각국이 이슬람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실 관계자는 "외화다변화 측면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많기에 전반적으로는 수쿠크법안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있다. 다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송혜진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