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년간 복지분야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당초 공약과 비교하면 성취한 것이 별로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령화 · 저출산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복지 · 재정분야 전문가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 중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책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상당수(37.5%)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실업 대책 없고 가난 대물림 여전

이명박 정부의 복지 · 재정분야 공약 12가지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2개 항목 가운데 10개 항목에서 '보통'(3점) 미만의 점수를 줬다. '노인 의료요양보장체계 확대'(3.04)와 '암 · 중증질환 보장 확대'(3.00)만 '보통'(3점)에 간신히 턱걸이했을 뿐 나머지 10개 항목은 전부 2점대였다. 1점은 '매우 못했다',2점은 '못했다'를 뜻한다.

12개 공약 항목 가운데 성취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된 항목은 '가난의 대물림 단절'(2.21)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가난한 이들의 삶이 팍팍해지고,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지 예산은 늘었지만 경기 불황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국민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 중 아쉬운 항목으로 응답자들은 실업 대책(26.1%)을 첫손에 꼽았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실업자가 늘었지만 완충장치가 없어 곧바로 빈곤층이 되는 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최소연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실업인구가 증가했다"며 "실업으로 인해 고급 인력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노동 가능 인력이 복지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실업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답자들은 이어 △사각지대 해소(21.7%) △보건 · 의료시스템 손질(17.4%) △여성 · 장애인 · 다문화 등 취약계층 지원(13.0%) △아동 · 청소년복지(13.0%) △노인복지(4.3%) 등을 '아쉬운 복지정책'으로 제시했다.

잘한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여성 · 장애인 · 다문화 등 취약계층 지원(25.0%) △노인복지(16.7%) △아동 · 청소년복지(8.3%) 순이었다.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했다는 답은 하나도 없었다.

김영종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 정부는 복지에 대해 진지한 관심조차 준 적이 없다"고 혹평했다.


◆남은 기간 '고령화 대비'부터

복지 · 재정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은 2년간 이명박 정부가 집중해야 할 복지정책으로 '고령화 대비'(33.3%)를 주로 꼽았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는 연금 · 보건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미래 정부 재정의 핵심적 불안 요인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비 방법에 대해서는 '노인 일자리 제공'(45.8%)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어 △노인 주거 · 의료 등 복지 확충(20.8%) △재정 고려해 복지 혜택 축소(12.5%) △노인 기준 연령 상향(4.2%) △기타(16.7%) 등이 꼽혔다.

◆보편복지는 '시기상조'

정부의 복지 예산 규모(올해 86조4000억원)가 적당한가에 대해 응답자들은 대부분 '다소 부족하다'(45.8%)고 했다. '크게 부족하다'(20.8%)는 응답과 합하면 3명 중 2명가량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셈이다. '적당하다'는 응답은 25.0%로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하지만 복지 · 재정 전문가 중 절반가량은 최근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 도입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응답자 중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복지 전문가가 재정 전문가보다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