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가 불거지면서 물량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뜨겁다. 일부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사재기까지 하면서 국제 곡물시장의 투기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다. 한편에서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환율전쟁처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곡물 수출국마저 사재기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곡물 수출 통제로 식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3위 밀 생산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가뭄으로 작황이 악화되면서 수출을 금지한 상태다. 7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도 주요 곡물에 수출 쿼터제를 도입했다.

전통적인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토마토 · 양파를 놓고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말 카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인 양파의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지난해 홍수 여파로 양파 생산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카레가 주식인 이웃나라 인도는 토마토 수출 금지로 맞불을 놓았다.

이 같은 수출금지 조치를 빌미로 헤지펀드 등의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식량위기가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제 밀 시장에서 밀 선물에 대한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달 25일 3만5000건이 계약되면서 2007년 8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은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신흥국 위주로 각국 정부들도 곡물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 등 밀 소비가 많은 아랍권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3,4위 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도 쌀 사재기에 나섰다.

◆환율 이어 올해 G20 최대 이슈 될 듯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서면서 케냐 이집트 등 개도국의 식량 폭동을 촉발한 2008년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국제 공조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프랑스는 오는 6월 G20 농업장관회담, 11월 G20 정상회의를 통해 식량투기 억제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국제감시체제 창설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8일 "농산물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경제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농산물 가격을 규제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을 미국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