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납득 못해..항고·본안소송 하겠다"

현대차그룹은 7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현대차그룹에 빼앗긴 현대그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주주협의회의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1차로 짤막한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채권단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채권단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성실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협의회 결정에 대해 최대한 압축된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제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며 더 이상 논란의 여지는 없다'는 선언적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4일 법원의 결정이 난 직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날 채권단 결정으로 인수 작업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인수전 당시 가동했던 현대건설 인수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인수팀'으로 바꾸고 실무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채권단과의 본격적인 인수 협상 및 실사 준비에 들어갔다.

현대건설 인수 때문에 미뤘던 부사장급 이상 임원 인사도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측은 연말 대규모 승진 인사를 이미 발표한 만큼 당장 보직 이동 및 승진이 필요한 자리만 선별적으로 단행하고 나머지는 추후에 나눠서 진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어 인수전 때 발표했던 '현대건설 발전과 육성 계획'에 맞춰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건설을 미래 3대 핵심 성장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현대건설을 엔지니어링, 운영, 기획 역량이 강화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밝힌 올해 12조원 투자 계획은 현대건설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총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만큼 올해 실제 투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국민과 현대건설 임직원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 매각 과정에서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본의 아닌 오해가 있었던 것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건설 고유의 조직 문화를 유지,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 후 고용 안정과 화합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현대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채권단의 일방적 양해각서(MOU) 해지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단이 조급하게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와 본안 소송제기 등을 통해 채권단의 일방적 MOU 해지가 무효임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김태종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