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투자·채용..시장지배력 강화·미래성장동력 확충 포석

삼성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격경영'의 기치를 더 높이 치켜들었다.

이는 올해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예상되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와 고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경영복귀 후 처음으로 참석한 삼성그룹 신년하례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좀 더 많이, 크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삼성은 원래 매년 3월께 연간 투자 및 채용계획을 공개해 왔는데 올해는 두 달가량이나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채용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이 5일 발표한 총투자계획을 분야별로 보면 시설투자 29조9천억원, 연구개발(R&D) 투자 12조1천억원, 자본투자 1조1천억원이다.

시설투자를 다시 세분하면 반도체 10조3천억원, LCD 5조4천억원, OLED 5조4천억원, LED 7천억원, TV 8천억원 등이다.

삼성의 대표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반도체에 가장 많은 10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이 분야의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해 경쟁업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기술격차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의 또 다른 캐시카우이자 성장업종인 LCD와 OLED에 나란히 5조4천억원씩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삼성이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스마트 TV 등 차세대 전략제품에 쓰일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키우고자 하는 OLED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대가 눈에 띈다.

LCD와 OLED에 대한 지난해 투자액은 각각 4조원과 1조4천억원이었다.

이와 함께 1조1천억원에 달하는 자본투자 계획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지난해의 1조억원에 비해 10% 증가한 자본투자 계획에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올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11%나 늘린 2만5천 명으로 잡았다.

이는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삼성 신년하례회 자리에서 '사회적 동반자'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실업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 관계자는 "청년실업 등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채용규모를 늘려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