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중단] 블록세일ㆍ분리매각 후 재입찰 유력…장기 표류할 수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매각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자위가 지난 7월30일 발표한 민영화 방안이 5개월여 만에 무산된 것이다.

◆왜 중단했나

공자위는 지난 7월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을 발표할 때와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매각 중단 사유로 들었다.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당시엔 희망자가 지금보다 조금 더 많았다"며 "그때는 유효경쟁 입찰을 통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시점에 보니 그 틀이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유효경쟁의 틀을 유지한 채로는 마땅한 인수자를 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비입찰조차 받지 않고 중단한 것에 대해 박경서 공자위 매각소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시장에 있는 입찰 예상자들이 실질적으로 최종 입찰 단계에서 유효경쟁을 유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여태까지 나온 곳(인수 후보자)이 국내 사모펀드(PEF) 2곳,해외 사모펀드 2곳이 있는데 이 중 3곳이 비금융주력자 제한 등 상당한 제약이 있다"며 "보고펀드 등이 인수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또 "그나마 유효한 한 명의 입찰자(우리금융컨소시엄)도 자금의 투명성 등이 확실치 않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예비입찰 절차를 감수하는 것은 무리라 판단했다"며 "판을 새로 짜는 것이 빠른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블록세일 · 수의계약 등 고려

정부는 그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3가지를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으로 내세웠다. 특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공자위는 그러나 앞으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다소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민 위원장은 "7월30일 발표 후 방점이 자금 회수 극대화에 약간 더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때 가졌던 밸런스는 약간 바뀌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민 위원장은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해야 민영화가 조속히 진행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재입찰을 하더라도 조건과 방식을 대폭 변경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블록세일(대량매매) 수의계약 등 다양한 트랙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입찰 △블록세일 △경남 · 광주은행 분리 매각 △국민주 방식 매각 등을 꼽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민영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일단 우리금융 매각 지분의 덩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보유 지분 56.97% 중 20~30%만 남기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장외에서 대량으로 매수 희망자들에 넘기는 블록세일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민 위원장은 "블록세일은 당연히 검토 대상이지만,(팔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에 대해서도 그는 "공자위에서 법적 검토를 필요로 하지만,현재는 일단 대안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은행 분리 매각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공자위는 "7월30일 발표에 따르면 분리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매각 본체인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유효경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금융 본체 매각이 중단됐으므로 자회사 분리 매각 여부도 판단할 근거가 없어졌단 것이다. 민 위원장은 "틀을 새로 만들어야 하므로 토론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KT나 포스코 민영화 때처럼 정부 지분을 국민주 형태로 시장에 분산 매각할 수도 있다. 국민을 주인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긴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역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명분에 어긋나는 게 고민이다.

공자위는 이날 "조속히 민영화하기 위해 예비입찰까지 가지 않고 중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권의 임기와 맞물려 당분간 우리금융 민영화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은/강동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