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사내하청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벌이던 불법 공장점거파업을 25일 만인 9일 중단하기로 했으나 노사 간에 농성 이후 풀어야 할 남은 현안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노사가 결국 평화적 사태해결을 위해 대화에는 나섰지만 이 대화가 제대로 풀릴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지, 화합을 위한 마무리가 될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화의 의제가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로서는 농성을 푸는 조건으로 대화의 자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원청업체인 현대차와 사내하청 노조인 비정규직 노조는 초반부터 대화냐, 교섭이냐, 협의냐는 용어을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대차는 임단협상 교섭대상이 아닌 비정규직 노조와 만나는 자리가 교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래서 협의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정규직 노조와 함께 나머지로 비정규직과 금속노조를 대화의 상대로 받아들였다.

노사간 대화의 장에는 노측에서 이경훈 현대차 정규직 노조위원장과 이상수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등 3자 노조대표와 사측에서는 현대차 강호돈 대표이사 부사장, 사내하청업체 대표 등이 참석한다.

5자 노사 대표회의이기도 하다.

의제는 점거파업 농성자 500여명(노조 주장) 고용보장,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대책 요구, 고소고발, 손배소 철회 등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금속노조가 각각 수차례 3자 노조대표회의를 가진 끝에 어렵사리 마련한 중재안이다.

그러나 대화의 의제 하나하나 모두 쉽지 않은 과제다.

사측으로서는 그나마 비정규직 노조에서 스스로 농성을 풀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있지만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점거농성에 참여했던 조합원 500여명(노조 주장)에 대한 고용보장이나 노조 지도부의 신변보장의 경우 현대차가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먼저 밝힐 수는 있겠지만 불법 점거농성을 주도한 주동자의 사법처리는 사법기관에서 해야 할 사안이다.

점거농성 주동자급에서는 이미 16명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점거농성장에서는 나오되 정규직 노조사무실 인근에 거점농성장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노사간의 교섭을 보고 이들은 경찰에 출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에 거점농성장이 새로 들어서고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다른 투쟁으로 연계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 고소ㆍ고발, 손배소 철회 문제 역시 사측이 무조건 양보하기에는 어려운 사안이어서 막판 대화까지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마지막 의제인 불법파견 교섭대책 요구건과 관련해 현대차가 그동안 주장해왔듯이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나올 경우 회사가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규직화할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가 당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목을 맨다면 향후 노사간 대화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농성해제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힘겹게 풀렸지만 앞으로 남은 노사간 대화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부담스러운 주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농성해제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가 함께 공동투쟁으로 풀어간다"고 밝혔다.

이경훈 정규직 노조위원장은 "교섭의제는 하나씩 풀어갈 것"이라며 "정규직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