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쿤밍 도심에서 북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톈자오베이루' 신축 아파트 단지.최근 100여명의 입주예정자들이 아파트 단지 조형물을 부수고 사무실을 점거한 뒤 개발업체 대표 면담을 요구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1년 전 개발회사가 아파트를 짓고 있을 때 미리 '구매의향금'을 냈던 가계약자들의 '난동'으로 분양사무실은 전쟁터처럼 돼버렸다고 쿤밍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은 가계약을 무시하고 계약금을 다시 산정하자고 부동산개발업체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가계약자는 "40만위안이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1년 전에 거금을 냈는데 이제 와서 70만위안을 내라고 한다"고 흥분했다. 최근 부동산 급등세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마이너스 금리,부동산에 돈 몰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미 지난해 말 "부동산 상승세가 너무 빠르다"며 자산 버블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도 중국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중국지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 10대 도시의 집값(10월 말 기준)은 1년 만에 평균 41% 급등했다. 항저우(55.5%),베이징(52.3%)은 50%가 넘었고 상하이 난징 선전 톈진 충칭 광저우도 30% 이상 뛰었다. 올해 집값 상승률은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중국 105개 도시의 집값 상승률 25.1%를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이 같은 폭등세는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집값을 잡겠다며 고강도 대책을 잇달아 내놓은 상황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기지론 규제 등 다양한 부동산 긴축 조치를 내놓았지만 그때마다 일시적으로 거래가 부진해지는 관망세를 보이다 재차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특히 기준금리가 전격적으로 인상된 지난 10월에도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9월에 비해 0.2% 오르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천전청 즈선부동산 연구원은 "1년 정기예금 금리가 2.5%에 불과해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 수준은 마이너스 상태"라며 "갈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강한 주택 수요와 맞물려 부동산시장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 규제 꺼리는 중국 정부

중국 정부는 지난 6일 부동산 보유세 도입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저우촨화 재정부 세무정책국 종합처장은 이날 광다증권 주최 투자전략회의에서 "부동산보유세는 지방정부의 중요하고 안정적인 재정수입 원천이 될 수 있다"며 12차 5개년계획 기간(2011~2015년)에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보유세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제일재경일보)라는 평가를 받지만 번번이 도입이 미뤄졌다. 2008년에도 국무원은 내수 확대와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보유세 도입을 취소한 바 있다. 이번에도 상하이 충칭 등 일부 도시에서 시범도입한 후 확산될 전망이다.

이런 배경에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사회 불안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를 꺾기는 부담스럽다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깔려 있다.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조치를 내놓으면 증권시장을 포함한 개인들의 재테크시장까지 무너지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의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와 대형 은행들의 부실화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정부는 보유 토지를 부동산개발업체에 팔아 예산의 절반가량을 조달한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지방정부의 세수는 격감하고 부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들 역시 공식적으로는 전체 대출금의 20%만이 부동산 분야로 들어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자금이 기업에 대출된 후 다시 부동산시장에 들어간 경우가 많아 부동산시장의 변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셴룽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센터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는 중국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버블을 더 키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