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내용은 크게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 연장 등의 이익을, 한국은 돼지고기 관세철폐 기간 연장, 복제 의약품 시판허가와 관련한 허가.

특허 연계의무의 이행 3년 유예, 미국 파견 근로자의 비자연장을 각각 챙긴 것으로 요약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합의결과에 대해 미 의회의 벽에 부딪혀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FTA의 비준, 발효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호 `윈(Win)-윈(Win)'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협정을 수정함으로써 의회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웠던 비준을 재추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었고 한국은 수입 확대 가능성이 별로 없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양보를 함으로서 전반적인 혜택이 클 수 있는 한미 FTA 발효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미국 측이 관심을 두고 접근했던 자동차 분야의 합의 내용이 한미 양국이 지난 2007년 체결한 협정문에 비해 양보한 것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자동차' 주고 `돼지고기.비자연장' 얻었다
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양국은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관세를 양국 상호 4년 후 철폐키로 합의했다.

미국은 관세 2.5%를 발효 후 4년간 유지한 뒤 철폐하고, 한국은 발효일에 관세 8%를 4%로 인하하고 이를 4년간 유지하고 나서 철폐하게 된다.

양국은 지난 2007년 체결한 FTA 협정문에서는 3천cc 이하 한국산 승용차는 FTA 발효 즉시, 3천cc 초과 승용차는 3년 이내에 2.5%의 관세를 철폐키로 했던 것을 이번 합의에선 배기량에 상관없이 관세철폐 시한을 늦췄다.

전기차는 한국의 경우 발효일에 관세 8%를 4%로 인하하고 한국(4%)과 미국(2.5%)이 모두 4년간 균등 철폐하며, 화물자동차는 미국의 경우 9년간 25%의 관세를 철폐하되, 발효 7년 경과 후부터 균등 철폐한다.

완성차에 대한 관세철폐일정은 이렇게 조정됐지만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철폐일정은 지켜 실속은 챙겼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평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올해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은 150억달러가 넘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품에 대한 관세는 발효 후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중소부품 업체들의 혜택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또 한국에서 판매되는 미국 차 가운데 연간 판매대수가 2만5천대 미만인 차종은 미국의 안전기준을 통과했을 경우 곧바로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환경기준과 관련해서도 2012~2015년 시행 예정인 연비.CO2(이산화탄소) 기준의 경우 4천500대 이하(2009년 기준) 제작사에 대해 19%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또 양국은 자동차에 대한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마련키로 해 한국차의 급격한 수출증가로 미국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경우 관세철폐 후 10년간 적용할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한 `심각한 피해(serious damage)' 발동요건은 담지 않았다고 외교통상부는 설명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와 관련,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가 실제로 발동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완성차 직접수출은 최근 5년간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며 현지 생산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세이프가드 조치는 수출이 급증할 때 발동되는 조치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교역 상황에서 발동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우리 측이 미국에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얻은 것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하고 의약품 허가.

특허 연계 의무 이행을 3년 유예한 것과 미국 파견 근로자의 비자(L-1) 유효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기존에 합의했던 협정문에는 돼지고기 품목(냉동 기타(목살, 갈비살 등)의 관세철폐 시기를 2014년 1월1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추가협의로 2016년 1월1일로 2년 연장됐다.

우리의 미국 돼지고기 총 수입액(2007~2008년 평균)은 1억7천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미 FTA 협정상 복제 의약품 시판허가와 관련한 허가.

특허 연계의무의 이행을 3년 유예하기로 했다.

2007년 한미 FTA 경제효과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에서는 허가.

특허 연계로 제약업계의 매출손실이 연간 367~794억원으로 추정됐다.

우리 업체의 미국내 지사 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의 유효기간은 지사 신규 창설시 1년에서 5년으로, 기존 지사 근무시 3년에서 5년으로 각각 연장됐다.

◇비준.발효 추진 기반 마련…자동차 양보 많아
일단 양국 정부는 이번 추가협의 결과에 대해 상호 `윈(Win)-윈(Win)'할 수 있는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정문 수정을 최소화하고 전반적인 이익의 균형을 추가함으로써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고 한미 양국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효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날 "양국의 이익을 서로 균형 있게 반영하여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간의 강력한 동맹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지난 3년5개월간 진전을 보지 못했던 한미 FTA의 비준.발효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 행정부가 내년 새로 구성될 미 의회에 한미 FTA 인준 요청 등 필요한 절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처한 미국의 국내정치적 난관 등을 고려해 오바마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장기간 지연된 한미 FTA의 경제적 혜택을 실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례가 없는 자동차 분야 세이프가드 도입은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이 조항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급증할 경우 관세철폐 후 10년 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게 됐다며 산업계와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축척했다.

한국은 대미 자동차 직접 수출이 급증하는 상황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완성차에 대핸 세이프가드를 허용해 미국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만들되 수출이 늘고 있는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예정대로 철폐하는 실리를 챙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또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도 수입하라는 미국의 끈질긴 요구를 `뚝심 있게' 막아냈다는 평가다.

미측은 쇠고기 문제와 자동차 문제를 함께 제기했으나 우리 측은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쇠고기 문제는 결국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이 지난 2007년 체결한 협정문에 비해 양보한 것이 많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그동안 `FTA 협정문 수정 불가' 입장에서 선회해 FTA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실으며 합의를 했으나 앞으로 이 부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내세워 정부의 입장 변화를 해명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를 실현했다는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