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가 법인세에 맞먹는다는 조세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준조세 부담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업들이 내는 기부금이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준조세 부담 과중

조세연구원은 준조세에 △사회보험료 △각종 부담금 △비자발적 기부금 등을 포함시켜 규모를 산출했다. 조사 결과 각종 분담금 부과금 부가금 예치금 기여금 기금출연금 등을 아우르는 부담금은 지난해 11조5477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부담금 납부에 따른 비용처리로 법인세 과세표준 산정에서 얻는 이익을 감안해 산출했다.

사회보험료도 마찬가지로 법인세 효과까지 고려해 계산한 결과 20조716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비자발적으로 납부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부금(943억~3573억원)까지 더하면 준조세 규모는 지난해 최대 32조6217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징수액은 34조854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법인세 징수액 대비 준조세(비자발적 기부금 포함) 비중은 지난해 93.59%에 달했다.

◆비자발적 기부금도 많아

기부금(3조4007억원)은 조세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완전 강제적' '다소 강제적' '중립적' 등 비자발적 성격이라는 응답이 상당히 높았다. 법정기부금에서는 18.2%,특례기부금에선 12.2%,지정기부금에선 11.3%가 자발적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법정기부금과 관련해 20.0%가 비자발적이라고 밝혔으며 금융업(19.6%) 도소매업(12.5%) 제조업(10.0%) 등에서도 '강요를 받아 기부금을 내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다. 법인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17.0%,중소기업의 11.3%가 강제성이 있다고 응답해 대기업의 기부금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세 전문가는 "각종 국가 행사를 앞두고 기업들이 내보내는 공익적 성격의 광고 등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기부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같은 기부금은 준조세로 분류돼야 할 만큼 강제성이 강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세전환 등 개선 필요

조세연은 준조세 전부를 개선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준조세를 내는 만큼 기업이 수혜를 받는 등 '수익자부담원칙'에 부합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자발적인 기부금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2조3822억원으로 추정되는 부담금은 조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은 원래 취지에 맞는 국민건강증진사업 외에 건강보험재정에도 절반 이상이 쓰이고 있는 만큼 부담금 형태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사업에 써야 하기 때문에 부담금보다는 조세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개선부담금은 시설물 사용자가 아닌 소유자가 부과 대상으로 돼 있는 등 모호한 측면이 있어 역시 환경세 형태로 바꾸는 게 낫다고 연구원은 조언했다.

손원익 조세연 연구위원은 "부담금을 조세로 바꾸면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명확한 부과가 가능하고 지출 역시 예산의 틀 안에서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준조세

기업이 세금 이외에 강제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금전적 부담을 뜻한다. 법정 용어는 아니다. 준조세로 분류되는 핵심 요건은 '강제성' 여부다. 기업들이 내고 있는 각종 부담금과 사회보험료 외에 비자발적인 기부금도 준조세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