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일자로 'C(chief)' 레벨로 불리는 최고위급 외국인 임원들을 전원 계약 해지하고 기존 5개의 사업본부를 4개로 축소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LG전자는 기업용 시장을 맡던 BS(Business Solution)사업본부를 폐지하고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하는 등 사업부 중심의 완결형 체제로 조직을 변경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특징은 현장 중심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조직 체제를 단순화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취임 2개월을 맞은 구본준 부회장(사진)의 '스피드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는 게 LG그룹 안팎의 평가다.

◆외국인 임원과 결별…스피드 경영 가속

조직 개편에서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대거 영입했던 외국인 'C' 레벨 임원들과 결별했다.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 등 계약 만료가 임박한 3명의 임원에 대해서는 연장을 포기했고 피터 스티클러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브래들리 갬빌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 등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람들과는 합의를 통해 계약을 해지했다. 올초 공석이 된 최고유통채널책임자(CGTMO)를 포함,최대 6명에 달하던 외국인 최고 임원을 모두 내보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LG Way(LG 방식)'를 철저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구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능은 CEO 직속으로 신설한 경영혁신부문과 글로벌마케팅부문에 대부분 이관된다. 남영우 사장(59),강신익 사장(56)이 각각 이끄는 신설 조직은 품질,구매,브랜드관리,해외 마케팅 등을 총괄하며 구 부회장의 지시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중심 사업 조직 재편

사업 조직은 일선 현장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꿨다. 다른 사업본부와 역할이 중복되던 BS사업본부를 폐지하는 대신 관련 기능은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로 이관했다. 본사 조직,사업본부,지역본부 등에 흩어져 있던 마케팅 기능도 각 사업본부에 영업 중심의 해외마케팅 조직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했다.

미래 먹을거리 발굴 기능도 강화했다. 컴프레서,모터 등 부품팀을 사업부로,태양광(solar) 생산실,헬스케어 사업실 등은 각각 사업팀으로 승격시켰다. 기존 공조사업 외에 태양광 사업 등을 맡는 AC(에어컨)사업본부는 AE(Air-Conditioning&Energy Solution)사업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담당하는 라이팅사업팀을 직속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MC사업본부에 대한 추가 개편안도 내놓았다. 해외마케팅담당과 마케팅전략팀장 겸임자로 이혜웅 전무를 선임했고,한국사업부는 '담당'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책임자로 나영배 상무를 임명했다. 지난달 박종석 부사장을 MC사업본부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스마트폰 분야 핵심 요직을 모두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CEO 직속 소프트웨어디자인경영센터 산하에 UX(사용자경험)혁신디자인연구소를,생산기술원에는 소프트웨어역량개발센터를 새로 만들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본사,해외지역본부 등 지원 조직은 슬림하게 운영한다는 원칙을 내놓았다. 해외 사업을 담당하던 7개 지역본부는 지역대표로 명칭을 바꾸고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기보다 전사 중점과제 추진과 조직관리에 치중키로 했다. 이번 개편으로 LG전자는 5개 사업본부,8개 지역본부 체제에서 4개 사업본부,8개 지역대표,한국사업마케팅본부 체제로 바뀌게 됐다. LG전자는 12월 중순께 임원 승진 인사를 내고 개편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