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수순은 포르투갈" 우려 상존 …긴축 아일랜드 사회·정치 불안 우려

아일랜드 정부가 28일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 등과의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함에 따라 급한 불은 일단 진화됐다.

그러나 아일랜드 이외에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 가운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줄을 서 있어 유럽의 불안감이 가라앉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 아일랜드 재정위기 `숨통'…경기 회복은 `글쎄' = 아일랜드가 받게 될 구제금융 규모는 850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스의 3년간 1천100억 유로에 비해 적지만 위기에 빠진 아일랜드 은행과 정부 재정에 숨통을 터주기에는 충분한 규모로 평가된다.

아일랜드 경제는 1990년대 낮은 실업률과 높은 경제성장률, 수출 증대 등으로 포효하는 `켈틱 타이거' 신화를 만들어내며 급성장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법인세율과 규제 완화 등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값싸고 쉬운 대출과 이민자의 급증으로 주택경기가 활황을 이뤘고 은행들은 해외에서 주택 건설 자금을 차입하는 등 경제 성장의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기반을 두고 이뤄졌다.

그러나 2008년 이래 주택 가격은 60% 가량 떨어졌고 건설업자들에게 대출됐던 악성 채무가 쌓이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결국 정부는 파산 지경에 이른 은행들에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했고 이로 인해 정부 재정에 큰 구멍이 생겼다.

올해 정부 재정적자는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32%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그나마 조기에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아일랜드 경제가 원활한 회복세를 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아일랜드 정부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오는 2014년까지 3% 이내로 낮추는 등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강요받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8년 말부터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으며 추가로 향후 4년간 150억 유로의 정부 재정을 줄이는 긴축안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대부분의 유로존 국가들이 지난해 3.4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아일랜드는 GDP 성장률이 1분기 2.2%로 상승했다가 2분기 -1.2%를 기록하는 등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번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현재 12.5%인 법인세율 인상 요구에 강력히 저항했다.

◇ 정치.사회 불안 심화될 듯 = 정부는 2014년까지 지출 삭감으로 100억 유로, 세수 증대로 50억 유로 등 모두 150억 유로의 재정을 감축해야 한다.

복지예산을 14% 줄이고,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8.65유로에서 7.65유로로 내리고, 수도세를 신설하고 공무원 일자리를 2만4천750개 줄이고, 신규 임용 공무원 임금을 10% 삭감하는 등의 뼈를 깎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고 외부에 손을 벌린 가혹한 대가인 셈이다.

이러한 긴축안은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국민이 느끼는 체감 고통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27일 더블린 시내에서는 10만여 명(경찰 추산 5만여 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참가해 정부의 긴축재정과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허리띠 졸라매기로 살기 힘들어진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사회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정치적인 혼란을 얼마나 잘 헤쳐나갈지도 관건이다.

의회에 제출된 2011년도 긴축재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현 연립정부의 존폐가 달려있다.

연립정부는 제1당인 아일랜드 공화당 70석, 녹색당 6석, 전 진보민주당 1석 등 77석에다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채 연정을 지지하는 7석 등 모두 84석을 확보하고 있다.

하원에서 법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82석) 보다 2석 많지만 야당이 긴축재정안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다 음달 7일로 예정된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25일 실시된 도니걸 지역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큰 표 차이로 패배해 유권자들의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야당은 특히 구제금융 금리가 그리스의 5.2% 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해진 것에 대해 연립정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면 연정이 무너져 총선을 치러야 하고 차기 정부가 다시 예산안을 짜는 등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는 앞서 야당의 사퇴요구를 일축하면서 예산안이 통과된 뒤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1월 조기총선을 실시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 그리스.아일랜드…다음은 포르투갈(?) = 유럽연합에서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까지 구제금융을 받게 됐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재정위기도 만만치 않다.

이미 아일랜드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음 수순은 포르투갈이라는 소문이 확산됐고 포르투갈 및 EU 당국은 이를 공식 부인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포르투갈처럼 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은 아일랜드 재정위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들 국가는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들 국가의 채권을 상환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 만기시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더욱 오르게 된다.

실제 아일랜드의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스페인, 포르투갈의 국채 수익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 25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섰고 포르투갈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인 스페인도 5%를 상회했다.

EU가 서둘러 아일랜드 정부에 구제금융 수용을 촉구했던 것도 아일랜드 위기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여파가 이들 국가로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단 아일랜드 구제금융으로 유로존으로 재정위기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재정이 취약한 국가로의 전염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76.8%에 이르고 재정 적자 비율은 9% 수준이다.

포르투갈의 경우 다른 국가들이 올해 들어 재정적자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의 국가부채 비율은 53.2%, 재정적자 비율은 11.2%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이 아일랜드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면서 2013년 이후 EU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 해당 회원국의 국채를 보유한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에도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항구적 재정안정 메커니즘을 마련, 국채 시장이 동요할 여지를 남겨뒀다.

실제 아일랜드의 국채 금리는 독일 등이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뒤인 10월 중순이후 급속히 상승해 결국 구제금융 협상에 나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부 언론들은 포르투갈은 물론 유럽 5위 경제국인 스페인의 재정위기에 대비해 EU가 유로안정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재정 위기 국가군에 아탈리아,프랑스, 벨기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