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영국 런던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외환은행 주식 51.02%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1만4250원으로 총 금액은 4조6888억원이다. 원화를 기준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향후 환율 변동 리스크는 론스타 측이 부담한다. 하나금융은 내년 3월께 외환은행을 인수,지주회사로 편입시킨 뒤 당분간 일본 미즈호 금융그룹과 비슷한 듀얼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미즈호 · 미쓰비시 모델 추구

하나금융은 인수 후 통합(PMI)을 위해 일본의 2위 금융그룹인 미즈호의 사례를 연구했다. 미즈호 그룹은 2000년 다이이치간교은행(DKB),후지은행,니혼고쿄은행 등 3개은행을 합병해 탄생했다. DKB와 후지은행은 소매금융에,니혼고쿄은행은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었다.

이들 세 은행의 이름은 미즈호로 통일됐지만 법인체는 그대로 살아 남았다. 대신 기업사업부,가계사업부 등 마치 하나의 기업 내 부서처럼 보이도록 명판만 바꿔 달았다. 법인이란 칸막이가 그대로 남았기 때문에 각 부문별로 독립적인 경영이 이뤄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외환은행이 지주사로 편입되면 이 같은 모델을 따른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대신 미즈호의 경우 너무 칸막이가 강했기 때문에 통합 과정이 더딘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수정된 모델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참고 중인 또 다른 모델로는 일본 1위 금융사인 미쓰비시UFJ 그룹이 꼽힌다. 미쓰비시UFJ는 외환은행을 뺀 현재 하나금융 모델과 유사하다. 종으로는 은행 신탁 증권 등 법인체를 두고 있으며, 횡으로는 법인체마다 기업금융 · 가계금융 등의 식으로 비즈니스 유닛(BU)을 운영한다.

하나금융 측은 "수직적인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미쓰비시UFJ 모델 역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각 모델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너지 효과 연 2000억원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상호 중복되는 부분이 거의 없어 업무 시너지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며 "특히 하나은행(650개)과 외환은행(354개)을 합쳐 국내 점포수만 1004개에 달하는데 중복된 점포가 10곳 남짓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점포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중복지역이 많지 않은데다 같은 나라라도 포커스가 달라 상호 보완이 가능한 형태"라고 덧붙였다. 실제 하나금융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경우 하나은행은 14개 영업점이 모두 중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있는 데 반해 외환은행 3개 영업점은 국내기업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사장은 "통합 작업을 빨리 시작할수록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며 "컨설팅 결과 통합영업을 통해 1410억원,비용절감으로 540억원 등 매년 195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어

하나금융은 지주사 편입을 위해 '(가칭)시너지창출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위원 및 실무진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측에서 절반씩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해서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시중은행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는 좀 자제해야 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