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에 관한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래리 서머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66)은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소사이어티 특별위원회 보고서 발표회에 화상으로 참석,중국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불황에서 회복하고 세계 경제의 리밸런싱(재균형)이 화두로 등장한 지금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그야말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한 국가의 시스템이나 관리방안은 이제 더 이상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라며 "G20은 국가들 간 긴밀한 공조를 하기 위해 잘 조율된 회의"라고 평가했다.

서머스 위원장의 발언은 통상적인 덕담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함의가 짙었다. 직접적으로 G20 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중국의 환율절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 회의가 '환율회의'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날 30분간 화상 대담에서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전쟁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머스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경제의 균형을 다시 잡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이는 수출과 통화 문제 등을 가진 미국에 아주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국내 수요와 지출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 내에서 부의 분배를 위해 힘써야 하고 이를 위해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위원장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간접적으로 말하겠다"며 명쾌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 무역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이 다양한 FTA를 맺을 수 있을지 여부가 아니라 경제 단위 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또 "미국의 생산업체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원한다"며 "이런 내부의 목소리를 반영해 역학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국가와의 FTA보다는 내실 있는 FTA를,특히 미국의 자동차업체나 쇠고기 생산업체 등 관련 업계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기를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 "국가적인 투자 사이클이 곧 시작돼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미국은 매년 15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지난 몇 년간은 판매가 굉장히 저조했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성장 흐름도 있지만 보호주의 등 역풍도 있어 경미한 성장이 이뤄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을 묻자 그는 "북한의 상황은 매우 도전적이지만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북한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으며,앞으로 경제 이슈를 무기로 삼아 북한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서머스 위원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1999~2001)을 지냈고 이후 2006년까지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