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직장인 A씨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1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었다. 회사 입사 동기인 B씨도 똑같이 퇴직금 1억원을 중간정산했지만 일반 정기예금이 아닌 개인퇴직계좌(IRA)에 적립했다. 10년 뒤 은퇴할 때 정기예금과 IRA가 똑같은 운용수익을 올렸다면 두 사람이 받는 돈은 똑같을까.

같지 않다. 운용수익을 연 4.5%로 가정하면 정기예금에 가입한 A씨가 받는 돈은 이후 10년간 퇴직금을 포함해 2억9043만원이지만 IRA에 가입한 B씨는 이보다 929만원 많은 2억9972만원을 받게 된다.

실수령액이 차이나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정기예금에 든 A씨는 퇴직금 1억원을 받을 때 퇴직소득세 872만원을 내야 했고 남은 9128만원만 예금에 넣었다. 반면 IRA에 가입한 B씨는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이연시켜 1억원을 원금으로 적립해 수익을 냈다. 또 정기예금에는 이자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IRA에는 이자소득세가 없어 운용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10년 뒤 B씨는 1071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냈어도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었다.

2005년 12월 국내에 도입된 IRA는 근로자가 받은 퇴직금을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했다가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노후자금인 퇴직금이 중간정산,이직 때문에 대부분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가입대상은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한 근로자이며,퇴직금의 80% 이상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IRA에 입금하면 된다.

IRA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개인형 IRA 비중은 9.8%로 미국의 26.6%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퇴직금 외에는 추가 불입이 불가능한 데다 자영업자는 가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 11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비정규직법' 등 현안에 밀려 2년째 법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