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이 주력사업을 재정비하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채권단에 한솔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데 이어 다음날인 29일엔 신사업인 발광다이오드(LED)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솔LCD와 크리스탈온을 합병키로 결정했다. 제지와 전자(LCD,LED 등) 두 분야를 주축으로 그룹의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구조 재편과 더불어 한솔그룹은 올 연말께 제지 유통과 정보기술(IT) 소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인수 · 합병(M&A)에도 뛰어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재편 방향은 '제지-전자' 이원화

한솔그룹이 한솔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실적악화 때문이다. 한솔건설은 건설경기 침체 탓에 작년에 매출 1850억원,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1400억원을 포함한 금융권 부채도 2500억원가량에 달한다.

이처럼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플랜트 전문 건설업체 한솔EME와 2대주주인 한솔제지가 지원하기엔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한솔그룹 내부의 판단이다. 또 한솔건설을 떼어내도 '한솔제지→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CSN→한솔제지'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1년간 한솔건설을 최대한 지원했지만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더이상의 지원을 하는 것도 주주들의 승인을 얻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솔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한솔그룹의 사업 재편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한솔그룹은 '한솔제지-아트원제지-일진페이퍼(종이유통)' 등 제지부문과 '한솔LCD-한솔라이팅(LCD TV용 BLU 제조)' 등 2개 핵심 사업군을 두고 있다.

두 사업부문은 수년째 흑자기조를 보이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게 한솔 경영진의 판단이다. 이들 사업부문 외에 한솔PNS한솔인티큐브 등 IT솔루션 담당 계열사들과 오크밸리를 운영하는 한솔개발 등이 있지만 주력사업은 제지와 IT · 전자 부문이다.

실제로 한솔그룹은 최근 2~3년간 잇단 M&A를 통해 제지와 IT분야 사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제지 부문은 2007년 8월 종이유통업체인 서울지류유통을 인수한 데 이어 작년에는 아트원제지와 종이유통업체인 일진페이퍼를 사들였다.

전자 부문은 올 3월 LED의 핵심소재인 사파이어 웨이퍼를 만드는 크리스탈온을 인수했다. 크리스탈온은 일진디스플레이와 함께 국내 몇 안되는 사파이어웨이퍼 제조업체로,한솔LCD는 크리스탈온을 통해 LED웨이퍼 원소재인 잉곳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더 나아가 한솔LCD는 지난달 29일 크리스탈온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잉곳과 웨이퍼,LED TV용 백라이트유닛(BLU),LED조명 등 LED소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추가 M&A로 주력사업 강화키로

한솔그룹 관계자는 이런 잇단 사업재편에 대해 "2000년대 초반 유동성 위기를 맞아 여러 계열사를 정리한 이후 상시적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왔다"며 "지금도 그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솔건설 워크아웃 여부가 결정되면 그룹 차원에서 주력사업 강화를 위해 추가 M&A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솔은 현재 그룹 경영기획실 주도 아래 한솔CSN과 한솔케미컬 등 두 계열사를 통해 M&A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CSN은 제3자 물류와 종이유통을 담당하는 계열사이며 한솔케미컬은 화학약품과 반도체 · 전자기기 등 IT용 화학소재를 만드는 회사다. 업계에서는 한솔그룹이 지난 2~3년간 제지와 IT · 전자사업을 강화할 목적의 M&A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종이유통 분야와 IT용 화학소재 분야 기업이 M&A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