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매매때 임원·지인 명의로 사들여 경영권 유지
검찰, 구체적 경위와 비자금 사용 여부 확인나서

1천억원대의 사기대출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된 임병석(49) C&그룹 회장이 작년 5월 상장 폐지된 계열사들의 주식을 차명으로 대량 취득해 경영권을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복수의 C&그룹 전ㆍ현직 임원에 따르면 임 회장은 그룹에 외부자금을 끌어오는 창구 역할을 했던 C&중공업, C&상선, C&우방 등 3개 핵심 계열사가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에서 퇴출되기 직전 정리매매 기간에 임원과 지인들에게 주식을 사들이게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회장은 당시 임원과 지인들에게 3개월 뒤 주식취득 자금과 월 15%에 달하는 고리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덕분에 임 회장은 이후에도 이들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C&그룹 현직 임원인 A씨는 "임 회장이 3개월만 지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데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며 삼촌인 임갑표 부회장과 동생인 임영섭 대표를 시켜서 임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주식을 사게 했다"고 말했다.

작년 C&그룹을 떠난 전 임원 B씨도 "임 회장이 경영권에 집착을 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상장폐지된 회사들의 주식을 정리매매 기간에 사달라고 부탁했다"며 "꽤 많은 사람들이 부탁을 들어줬는데, 나중에 돈을 줬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C&그룹 임원 4~5명이 C&중공업 등의 주식을 12억원어치 가량 사들였으며, 그룹과는 무관한 지인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C&상선과 C&우방 등의 주식을 매입해 임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임 회장이 상장폐지된 계열사들의 주식을 차명으로 대량 취득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구체적인 경위 파악에 나서는 한편 그 과정에 비자금이 사용됐는지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그룹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ㆍ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다가 뒤늦게 뛰어든 조선사업에 자금이 묶이고 외부 자금조달이 끊기면서 2008년 말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무너졌다.

검찰은 임 회장이 그룹을 키우고 자금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정ㆍ관계에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전성훈 나확진 임수정 기자 abullapia@yna.co.kr cielo78@yna.co.kr rao@yna.co.kr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