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정부 반대로 약속 파기" vs 한 "반드시 처리해야"

대형 유통기업으로부터 재래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 내 순차 처리에 합의한 SSM(기업형슈퍼마켓) 규제법안이 정부와 야권 내 부정적 기류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야당과 합의한 사항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상생법(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은 영원히 안된다'고 말해 민주당으로선 합의를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며 "합의 정신을 깬 정부 여당의 책임을 묻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유통산업발전법안(유통법) 처리를 위해 예정됐던 법사위 전체회의는 취소됐다.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22일 유통법을 25일 본회의에서 먼저 통과시킨 뒤 상생법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키로 하고, 상생법 처리 때까지 상생법의 취지를 살리는 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 시행지침'을 이달 안에 개정하기로 합의했었다.

민주당은 유통법 처리를 유보시킨 이유로 김종훈 본부장의 반대와 중기청의 SSM 사업조정 시행지침을 내세웠다.

김 본부장은 이날 민주당 자유무역협정(FTA) 특위 간담회에 참석, 상생법에 대해 FTA 체결에 유럽연합(EU)과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부정적 의사를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 지침의 경우 현재 사업조정이 신청된 직영 SSM이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경우만을 규제할 수 있어 처음부터 가맹 방식으로 SSM을 개점하면 중소상인이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중기청의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는데다 상생법에 대한 정부측의 의지도 없어 순차 처리 약속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순차 처리가 이날 무산된데는 당내와 진보진영의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홈플러스라는 특정 기업의 이해와 600만 자영업자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데 외교부는 홈플러스의 편들고 있다"며 "이 사안은 홈플러스를 편드는 한나라당이냐, 자영업자 편인 민주당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유통.상생법 동시 처리라는 입장을 바꾼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여야간 유통법과 상생법 모두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재래시장과 골목상인 보호를 위해 유통법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