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금융기관(SIFI)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졌다.아울러 국제적으로 장외파생상품을 표준화하고 거래 내용을 모두 전자 공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마리오 드라기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6차 FSB 서울 총회를 마친 후 진동수 금융위원장,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FSB가 합의한 주요 내용들은 △바젤Ⅲ(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규제) △SIFI들의 도덕적 해이 방지 △장외파생상품(OTC) 시장 감독 강화 △신용평가사 의존도 감소 등 4가지다.이외에 비회원국의 참여를 돕는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 도입 등도 결정됐다.

SIFI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날 BCBS에서 논의된 것과 마찬가지로 추가자본 확충 혹은 조건부 자본 확충 등이 제시됐다.드라기 의장은 “SIFI들의 도덕적 해이를 없애려면 부실 금융기관 정리 절차의 대략적인 구조를 국가별로 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이에 관해 스베인 안드레센 FSB 사무총장은 “금융기관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다시 건전화할 수 있는 방법,그리고 이들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때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드라기 의장은 “SIFI에 대한 규제는 국가별 사정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SB는 또 중앙청산소(CCP) 설립에 앞서 장외파생상품의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드라기 의장은 “장외파생상품을 표준화해야 중앙청산소 운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며 “내년 1월까지 전자 거래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며,궁극적으로는 거래 내용을 모두 신고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드라기 의장은 “우선 각국의 법률이나 규제에서 신용평가사의 평가 등급을 참조하도록 한 내용을 없애고,대신 시장참여자들이 자체적으로 신용을 평가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계부문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드라기 의장은 “각국의 회계기준을 일치시키는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금융자산의 손실 정도,매각인정 요건,공정가치 측정 지침의 불확실성 해소,금융상품 상계 등의 회계 기준을 통일할 것”이라고 전했다.이에 대해 진 위원장은 “회계 기준 일치 문제는 국내 금융기관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FSB는 24개 회원국 외에도 비회원국들의 참여가 전체 금융 시스템 안정에 필요하다고 보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합의했다.아웃리치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그룹을 설립해 해당 지역 내의 회원국·비회원국이 같이 금융 이슈를 논의하는 것이다.

진 위원장은 “신흥국 입장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 문제를 특별히 내년에 다룰 이슈로 제기했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은 G20 의장국이자 FSB 주최국으로서의 입장도 있지만 신흥국의 입장도 갖고 있다”며 “금융위기 대응책이 선진국 위주로 논의되고 있어 신흥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FSB는 24개국 52개 기관과 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12개 금융 관련 국제기구가 참가하는 금융규제 관련 최고 국제기구다.BCBS보다 상위기구로 BCBS에는 각국의 금융감독 당국과 중앙은행 임원들이 참가하는 반면 FSB에는 금융 정책·감독 당국과 중앙은행의 최고책임자들이 참석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