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세금 떼면 연 2%나 받을까요. 중소형빌딩을 사서 임대를 주면 세금 이자 관리비 등을 빼고도 연 5% 이상은 나오니 문의가 많죠."

서울 강남에서 상가와 빌딩을 주로 거래하는 S공인 K대표는 기준금리가 연 2.25%를 지속하면서 중소형빌딩 매수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큰손'들 수익형 부동산에 기웃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의 수탁액은 올 들어 증가세를 지속,이달 15일 현재 12조517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기준금리를 5%에서 넉 달 만에 2%로 낮춘 작년 2월과 비교하면 50.7%(4조2098억원)나 늘었다. '큰손'들만 가입하는 사모 부동산펀드는 7조2277억원에서 11조8126억원으로 63.4% 급증했다.

금리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좇는 움직임은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빌딩 전문업체인 신영에셋의 홍순만 기획이사는 "올초만 해도 강남권 중소형빌딩 거래가 한 달에 5~6건이었는데 지난달엔 10건 이상 거래됐다"며 "20억~3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임대 수익을 노리고 빌딩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빌딩과 함께 대표적 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은 최근 아파트 청약시장 침체에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18일 거주자 우선 대상으로 51실을 청약받은 서울 서초동 '강남역 아이파크'엔 2134명이 몰렸다. 중소형인 48㎡A형은 24실에 1420명이 청약,5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중소형 크기 분양가가 3억원 미만이어서 임대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서희건설이 서울 역삼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의 52㎡ 이하 소형(계약면적)에도 12실 모집에 344명이 몰려 경쟁률이 28.7 대 1까지 뛰었다.

◆이자부담 적어 임대 수익 돋보여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으로 저금리에서 비롯된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꼽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3%대에 그치는 데다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물게 돼 은행에 돈을 묶어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도심권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은 연 5.6%를 넘는다. 일산권의 경우 6.7%에 달한다. 계속 낮아지고 있는 시중은행 예금금리(3.4~3.8%)와 비교하면 2배가량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중산층들도 2억~3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텔에 대해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든 점도 매력이다. 오피스빌딩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박점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상무는 "은행들의 부동산 담보대출 경쟁으로 올초 6% 중반이던 대출금리가 5% 후반으로 낮아졌지만 임대료는 그대로여서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빌딩 투자자들은 통상 매입자금의 30%가량을 대출로 충당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수출 드라이브와 환율전쟁 등으로 금리 인상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금상품보다 고수익이 가능한 부동산 상품을 좇는 투자패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