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져 추가 부양책을 써야 할 때 꺼낼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연 2.25%의 기준금리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과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의 '제로 금리'에 맞먹는다는 게 중론이다. 초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일본처럼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금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경기를 조절하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개월 만에 인상했는데도 시장금리가 내리는 데에는 '환율 전쟁의 여파로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반영돼 있다.

여기에다 외국인 자본의 채권 매입 확대와 초저금리로 만들어진 국내의 과잉 유동성도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를 웃돌았다.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해외발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다.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초저금리에 이자가 워낙 낮다보니 소비자들이 빚을 더 많이 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기준 153%로 영국(161%) 호주(155%)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또 한계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추진되지 못한 것도 저금리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기업들이 저금리에 의존하면서 구조조정을 미루다보니 결국 퇴출당해야 할 기업이 근근이 버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